우리한테 이곳은 (사진책도서관 2015.10.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며칠째 방송국에서 전화가 온다. 방송국에서는 내가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사는 이야기를 찍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하루이틀 찍는 방송이 아니라 이레쯤 찍는다 하고, 여러 날 들여서 찍으려 하는 만큼 이것저것 묻는다. 그런데, 방송국 작가나 피디가 묻는 말은 굳이 내가 그분들한테 전화로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쓴 책에 다 나온 이야기요, 내가 누리집에 다 올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는 ‘미리 알아본다’는 뜻에서 전화로 살펴보는 셈이라 할 테지만, 내가 쓴 책을 제대로 읽었으면 굳이 전화로 이것저것 알아볼 일이 없다. 내가 쓰는 글을 찬찬히 읽기만 했어도 딱히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볼 일조차 없다. 게다가 나는 도서관 지킴이를 모으려고 손전화 번호를 누리집에 버젓이 적어 놓으니까, 내 손전화 번호쯤이야 누리집에 올리는 도서관일기를 읽었으면 모를 수가 없다. 아니면 내가 쓴 책을 펴낸 출판사에 전화를 걸면 손전화 번호쯤 얻는 일은 손쉬우리라.
지난 구월 첫머리에 다친 오른무릎은 아직 말끔하게 낫지 않는다. 제법 잘 걸어다니기는 하더라도, 자전거로 면소재지를 다녀오더라도, 예전 같은 다리가 아니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나는 내 오른무릎을 사랑한다. 예전 같은 다리도 사랑하고, 요즈음 같은 다리도 사랑한다. 여러 시간 바깥일을 보거나 돌아다니다 보면 오른무릎이 욱씬욱씬 쑤시면서 길바닥에 주저앉을 만큼 되어도 이 무릎을 사랑한다. 틀림없이 내 몸하고 마음에서 달라지거나 새롭게 거듭나는 숨결이 있으니 이 무릎이 이렇게 몸앓이를 할 테지.
나무를 생각하고, 땅과 풀을 생각한다. 우리 보금자리와 도서관을 나란히 생각한다. 고흥에서 지낸 지 다섯 해째이지만 아직 살림을 깔끔하게 갈무리하지 못했다. 이러한 살림살이하고 내 오른무릎이 아예 동떨어졌다고 여길 수 없다. 집과 도서관을 늘 아늑하고 깔끔하게 손질할 수 있는 몸짓일 때에 오른무릎도 한결 거뜬히 다스릴 수 있는 마음결이 되리라 느낀다. 그러니까, 가지를 꺾여도 나무는 나무 그대로이듯이, 삽차한테 밟혀도 땅은 땅 그대로이듯이, 뿌리가 뽑혀도 새로운 씨앗이 트는 풀이듯이, 나 스스로 이곳에서 일구는 이야기를 헤아려 본다. 우리한테 이곳은 삶터요 사랑터요 책터요 꿈터이면서 이야기터이다.
다음에는 전화를 받지 말자고 생각한다. 나는 ‘방송에 찍히기를 손사래치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쓴 책이랑 글을 먼저 읽고서 ‘찍을 마음이 들면 그때 전화하시오’ 하고 말하며 짧게 끊어야겠다고 생각한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12/pimg_7051751241291001.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12/pimg_705175124129100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