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8. 사진을 가르는 형식



  모든 사진에서 ‘틀’은 껍데기이다. 이른바 ‘형식’은 그야말로 껍데기이다. 왜 그러한가 하면, 틀이든 형식이든 프레임이든 모두 껍데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겉모습’이다. 겉모습은 알맹이가 아닌 겉모습이요, 겉모습은 언제나 바깥을 감싸는 옷하고 같다.


  사람을 볼 적에 무엇을 보려는가? 옷을 보려는가, 사람을 보려는가? 다만, ‘옷을 입은 사람’을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우리는 ‘사람을 본다’고 할 적에는 ‘걸친 옷에 따라 바뀌는 사람’이 아니라 ‘옷을 걸치든 안 걸치든, 또 어떤 옷을 걸치든, 옷을 아랑곳하지 않고 늘 마음으로 마주하는 사람’을 본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람으로 마주해야지, 옷으로 마주할 수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 만나야지, 돈이나 이름값이나 힘(권력) 따위로 만날 수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귀어야지, 껍데기로 사귈 수 없다.


  사진은 어떻게 찍는가? 사진은 삶이랑 사람이랑 사랑을 이야기로 버무려서 찍는다. 사진은 껍데기를 그럴듯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틀이나 형식이나 프레임이 아니다. 사진은 오로지 ‘알맹이’가 될 모습이자 몸짓이자 넋이자 숨결인 ‘삶·사랑·사람’을 이야기로 찍는다.


  껍데기에 매달리면 언제나 껍데기만 빚는다. 알맹이를 바라보면 언제나 알맹이를 보살핀다. 껍데기를 멋지게 꾸미려 하면 언제나 껍데기를 멋지게 꾸민다. 알맹이를 살가이 어루만져서 가꾸려 하면 언제나 알맹이를 살가이 어루만지면서 곱고 정갈하게 선보일 수 있다.


  껍데기가 멋지거나 그럴듯하게 보이는 사진을 찍거나 읽는면 무엇이 될까? 나 스스로 껍데기에 얽매일 테지. 껍데기 사진은 언제나 껍데기 사진일 뿐이기에 삶도 사랑도 사람도 이야기도 드러나지 않는다. 껍데기에 얽매이는 사진은 반짝이듯 한때 눈길을 모을 수도 있으나 사람들 가슴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작가도 비평가도 껍데기에 사로잡히면 구름에 붕 뜬 헛발질에서 맴돈다. 4348.10.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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