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불을 걷어차는
새벽이나 밤에 문득 깨어서 이것저것 밀린 일을 하거나 부엌을 마저 치운다. 이러다가 문득 잠자리를 살피면, 두 아이 모두 어느새 이불을 걷어차면서 잔다. 또는 이불을 똘똘 말아서 바닥에 깔고서 잔다. 얘들아, 이불은 밑에 깔지 않고 너희 몸에 덮고 자야지. 영차 하고 힘을 써서 아이들 몸에 깔린 이불을 빼낸다. 나날이 아이들 몸무게가 늘어나니까 이불을 빼낼 적마다 차츰 더 힘이 든다. 이불을 고이 덮고 다독이고 이마를 쓸어넘기고 한숨을 돌리면, 곧 이불을 새로 걷어차거나 똘똘 말아서 저희 바닥에 깐다. 이불을 고쳐 주거나 여미어도 새삼스레 여러 차례 다시 고치고 여미어야 한다.
나는 내가 예닐곱 살 무렵일 적에 잠을 어떻게 잤는지 하나도 못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열 살이 지나고 스무 살이 지나고 서른 살이 지나면 저희가 어릴 적에 잠을 어찌 잤는가 까맣게 잊을 수 있다. 그리고 구태여 떠올려야 하지도 않다.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밤새 아이들 이불을 여미느라 나는 잠 한숨 제대로 자기 어렵지만, 내가 오늘 이렇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살 수 있는 까닭은, 어릴 적에 내가 어떻게 자거나 놀았든 곁에서 따사로이 보듬고 보살핀 손길이 있었기 때문인 줄 안다.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