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감이 익을 무렵



  우리 집 감나무는 아직 힘이 여리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적만 해도 감나무가 꽤 기운찼는데, 그만 가지치기를 너무 모질게 받아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올해로 네 해째 가을을 새로 맞이하지만 감알을 몇 못 맺는다. 뒤꼍 감나무 한 그루도 감알을 잘 못 맺는다. 그렇지만 한 알이라도 싱그럽게 익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바로 이 한 알을 보면서 감나무한테 고맙다고 인사한다. 통통하고 고운 빛으로 익는 감알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뭇가지에서 따기 하루 앞서 맑고 싱그러운 숨결을 눈으로 받아서 먹는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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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26 05:03   좋아요 0 | URL
통통한 감이, 산들보라 얼굴을 떠올리게 하네요 ^^
감이 익을 무렵이라는 제목의 동화책도 있었지요.

숲노래 2015-09-26 09:20   좋아요 0 | URL
네, 신지식 님이 쓰셨습니다.
그냥 흔히 쓰는 수수한 말인데
그렇게 동화 이름으로 들어가니
아주 남달랐어요.

아름다운 가을이요 한가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