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10. 2015.9.23. 국물 맛있어
밥을 차릴 적마다 ‘내가 끓이는 국은 어쩜 이렇게 늘 맛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침저녁으로 밥이랑 국을 끓일 적에 ‘얘들아, 이렇게 맛있는 밥하고 국을 바로 우리 집에서 늘 먹는단다.’ 하고 혼잣말을 한다. 밥상을 다 차리고 모두 둘러앉아서 먹으며 오늘도 새삼스레 외친다.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문득 아스라한 예전 일을 떠올린다. 스무 해 남짓 앞서 신문사지국에서 막내로 국을 처음 끓일 적에 간이나 맛이 모두 엉터리였는데 다들 “야, 맛있어! 괜찮아!” 하면서 그야말로 국물에 밥을 말아서 남김없이 먹어 주었다. 그 뒤에도 ‘뭔가 잘못 넣어서 국이나 찌개를 엉터리로 끓였을 적’에도 밥상맡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맛있어! 괜찮아!’ 하면서 참 잘 먹어 주었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끓인 국이 아주 맛있어요!” 하고 들려주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느낀다. 우리 마을 뒤쪽 숲에서 흐르는 싱그러운 물이요, 우리 집에서 자란 호박을 썰어서 넣은 데다가, 우리 사랑을 듬뿍 실어서 끓인 국이니 맛있을 수밖에. 너희가 앞으로 무럭무럭 커서 손수 국을 끓여 아버지한테 먹여 줄 수 있을 무렵에는 오늘보다 한결 깊고 너른 아름다운 맛이 나리라 생각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