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7
빵 만들기
밥은 ‘짓’습니다. 또는 밥은 ‘합’니다. 그래서 ‘밥짓기·밥하기’ 같은 말을 씁니다. 밥은 ‘만들’지 않습니다. 옷이나 집도 ‘짓는다’고 합니다. 옷이나 집은 ‘만들’지 않아요. 그런데 요즈음 “주먹밥을 만든다”라든지 “짜장면을 만든다”라든지 “쌀로 만드는 요리”라든지 “맛있는 밥을 만들자” 같은 엉뚱한 말이 자꾸 퍼집니다.
주먹밥을 할 적에는 “주먹밥을 뭉친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이미 지은 밥을 뭉쳐서 주먹밥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짜장면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짜장면은 ‘볶는다’나 ‘끓인다’고 말합니다. 또는 “짜장면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쌀로 하는 요리”나 “쌀로 짓는 요리”라 해야 올바르고, “맛있는 밥을 하자”나 “맛있는 밥을 짓자”라 해야 올발라요.
서양에서는 예부터 ‘빵’을 먹습니다. 한겨레는 빵을 먹은 지 얼마 안 됩니다. 빵을 놓고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빵은 밥과 달리 짓거나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빵은 으레 “빵 만들기”나 “빵 만드는 법”처럼 말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면,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빵을 만들 수 있을까요?
조각가나 예술가가 있어서 돌이나 나무나 시멘트나 쇠붙이 따위로 뚝딱뚝딱 ‘만든다’면 “빵 모습인 조각 작품을 만든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입에 넣어 먹을 빵이라면, “빵을 굽다(빵굽기)”처럼 말해야 합니다. 빵은 굽지요. 만들지 않고 ‘굽다’라는 낱말로 나타내야지요. 과자도 빵처럼 ‘굽는다’고 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기계로 척척 찍는다면 이때에는 ‘만들다’를 쓸 테지만, 사람이 손으로 빚어서 먹는 빵을 가리킬 적에는 아무 낱말이나 쓰지 않아요. 반죽을 주물러서 예쁜 모습이 되도록 한다면 ‘빚다’라는 낱말을 써 볼 수 있습니다. 4348.9.24.나무.ㅅㄴㄹ
제빵사가 빵을 만들기 위해
→ 제빵사가 빵을 구우려고
《장마르크 레비르블롱/문박엘리 옮김-프랑스 아이의 과학 공부》(휴머니스트,2015) 9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