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집에서 누리는 삶
아이들을 시설이나 학교나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맡긴다면,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돌보거나 보듬거나 어루만지는 틈이 그만큼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아이들을 시설이나 학교나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보낸다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겨를이 그만큼 없거나 적다.
아이들하고 한집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지내면, 언제나 아이들을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면서 이모저모 보살피거나 돌보거나 보듬거나 어루만지기 마련인데, 아이들은 차츰 크면서 저희끼리 놀 줄 안다. 아이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저희 나름대로 새로운 놀이를 빚는다.
아이들한테는 어떤 일을 ‘잘’ 해 주어야 하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어떠한 일을 ‘잘못’ 한다거나 ‘못’ 하는 일이란 따로 없다. 그저 아이들하고 어버이가 함께 누리는 삶이다. 오늘 하루 누리는 삶에서 잘잘못을 따질 일이란 없다. 그저 한집에서 한솥밥 먹는 사이로 날마다 다른 사랑을 길어올린다.
아이가 뚜벅뚜벅 걷는다. 어른이 뚜벅뚜벅 걷는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란다. 어른이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가 크는 만큼 어른이 함께 크고, 아이가 웃는 동안 어른이 함께 웃는다. 아이가 노는 사이에 어른이 일을 하고, 아이가 노래하는 숨결이 어른한테도 고운 노래를 새삼스레 지어서 꿈꾸는 숨결로 거듭난다. 4348.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