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와 배움길 (사진책도서관 2015.9.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곁님은 다시 배움길에 나선다. 도서관 연간 임대료는 고향 동무한테서 돈을 빌리기도 했고,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이 도와주시기도 해서 잘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곁님이 배움길에 나서면서 드는 배움삯은 아직 댈 길이 없어서 빚을 진다. 살림돈이 없으면서도 어떻게 빚을 지면서 곁님을 배움길에 보낼 수 있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먹고살기도 팍팍하면서 어째 빚을 져서 ‘아이 어머니가 배움길에 가도록 하느냐’ 하고 물을 만하다.


  나는 생각한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도록 온힘을 쏟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곁님도 아이들도 나도 모두 같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홀가분하게 배움길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아주 마땅히 빚을 지든 돈을 빌리든 해서 배움삯을 치를 테지. 이는 곁님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 어머니’라고 하는 ‘아줌마’가 뒤늦게 배움길에 나서는 일을 그리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아이한테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만 여기기 일쑤이다. 그러면 아이 아버지는 무엇을 하지? 아이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 놓으면 될까?


  아버지가 배우면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피고, 어머니가 배우면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기쁘게 배움길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결 무르익고 철이 든 숨결로 아이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테니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어버이 스스로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서 아이를 가르치거나 보살필 수 없다. 어버이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몸짓일 때에 비로소 아이를 가르치거나 돌볼 만하다.


  아직 다리가 성하지 않으나 아주 천천히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 숨을 가만히 그러모아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앞장서서 달린다. 저 앞에서 “아버지가 아주 작아졌어!” 하고 외치더니 나한테 달려온다. 이러다가 다시 저 앞으로 달려간다. 200미터를 걷는 데에도 땀이 흐르고 오른무릎이 결리다.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럽다. 도서관에 닿아서 한참 드러누워 다리를 쉰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아니면 이렇게 날마다 조금씩 걷고 쉬기를 되풀이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잘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은 내 몸한테 다리가 결려서 이렇게 드러누워 쉬어 주어야 하더라도 ‘걷자! 걷고 또 걷자!’ 하고 외친다.


  무척 오랫동안 폐교 둘레에서 자란 큰 나무를 본다. 죽은 나무가 아니었으나 밑둥이 잘려서 구르는 나무를 본다. 장작을 패면 아주 많이 나오겠지. 아마 책상까지 짤 만하리라. 옛날에는 이보다 더 굵게 나무가 자라도록 해서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았으리라.


  이 나무가 잘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 잘린 나무는 잘린 대로 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새 나무를 심으면 된다. 우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듯이, 나무도 새로 자라도록 가꾸면 되고, 우리 집이 비록 아직 많이 어설프더라도 앞으로 싱그러운 숲집이 되도록 보듬으면 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잘 달리고 뛰면서 웃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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