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깨비 몸빛은 참 푸르다



  아주까리잎이 많이 갉아먹혔다. 어떤 풀벌레가 이렇게 알뜰히 갉아먹었을까. 아주까리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갉아먹힌 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몸이 온통 풀빛인 방아깨비 한 마리가 보인다. 어, 너 언제부터 예 있었니. 네가 예 있는 줄 몰랐네.


  풀밭에 사는 벌레라고 해서 모두 풀빛이지는 않다. 그러나 풀밭에 사는 풀벌레 가운데 ‘벌레를 잡아먹는 벌레’한테서 몸을 지키려 하는 아이들은 으레 풀빛이기 일쑤이다. 재미있게도 사마귀도 풀빛이고 방아깨비도 풀빛이다. 어느 때에는 사마귀도 방아깨비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만큼 풀잎과 풀줄기 사이에서 저마다 몸을 숨기기도 한다.


  풀을 먹고 살면서 풀빛이 되는 풀벌레는 풀노래를 부른다. 사람도 풀을 먹으면서 살면, 풀로 지붕을 이으면서 살면, 풀에서 얻은 풀 열매로 밥을 지어서 살면, 늘 풀을 만지고 바라보면서 살면, 풀빛에 풀내음 가득한 꿈과 사랑을 키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풀을 잊기에 잿빛 시멘트와 시커먼 아스팔트와 차디찬 쇠붙이로만 기울어지는 오늘날 사회이지 싶다. 4348.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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