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07. 2015.9.10. 네 손으로 짓네



  다리를 다치고 나서도 틈틈이 밥을 짓기는 했지만 입맛이 확 사라지면서 아이들 끼니때가 아니면 딱히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럭저럭 걸을 수 있어도 한자리에 가만히 서기가 힘든 탓에 부엌에서 일을 하자면 걸상에 앉아야 한다. 곁님 손을 빌어서 밥상을 차린다. 내 손이 아닌 네 손으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린다. 내 손도 네 손도 모두 고운 손길이요 사랑스러운 손내음이다. ‘밥상 차리기’ 아닌 ‘밥상 받기’를 여러 날 하면서 밥을 마주하는 생각이 차츰 바뀐다. 밥상을 즐겁게 잘 받는 사람이 밥상을 기쁘게 잘 차린다. 잘 노는 아이가 씩씩한 어른이 되는 얼거리하고 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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