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75 궁금하거나 못 미덥거나



  알고자 하는 사람은 늘 궁금해 합니다.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늘 못 미덥게 여깁니다. 알고자 하는 사람은 아직 스스로 모른다고 여깁니다.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벌써 다 안다고 여기거나, 굳이 알 까닭이 없다고 여깁니다.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더 배울 뜻이 없습니다. 알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한테서나 배우려 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배울 뜻이 있습니다.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한테서도 배우려 하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든 딱히 배울 마음이 아닙니다.


  궁금한 사람이 묻습니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묻지 않습니다. 궁금해 할 수 있는 마음이기에 묻습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고자 하지 않으나 인사치레로 묻고, 알려는 뜻이 없으나 심심풀이로 그냥 묻습니다.


  궁금해서 묻는 사람은 스스로 실마리를 찾습니다. 궁금해서 묻기에 무엇이든 스스로 알 길을 찾습니다. 궁금해서 물으려는 마음이기에 언제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궁금해 하지 않고 묻지 않는 사람은 실마리를 찾을 생각조차 없습니다. 모든 것은 틀에 짜인 대로 있다고 여기니, 실마리가 없거나 있거나 대수롭지도 않기 마련입니다. 궁금해 하지 않으니 언제나 똑같다고 여길 뿐, 다시 보거나 새로 보지도 않거나 아예 안 쳐다보기까지 합니다.


  궁금해 하기에 자꾸 묻고 새로 묻습니다. 자꾸 묻기에 자꾸 생각하며, 새로 묻기에 새로 생각합니다. 궁금해 하지 않아서 묻지 않는 사람은 그저 못 미덥다고만 여깁니다. 못 미더우니 고개를 젓거나 돌립니다. 못 미덥기에 짐짓 다른 데를 쳐다보는 듯 보이지만, 막상 어느 곳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는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뿐입니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자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이든 궁금하게 여기면서 새롭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언제나 무럭무럭 자라면서 씩씩해지거나 튼튼해지는 까닭은, 무엇이든 어떤 틀로 굳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틀을 만들지 않으니 새롭고, 틀을 굳히지 않으니 자라며, 틀을 세우지 않으니 사랑스럽습니다.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이다운 숨결을 어른이 되어도 건사한다면, 언제나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우면서 씩씩한데다가 튼튼합니다. 아이다운 숨결, 그러니까 무엇이든 늘 언제 어디에서나 궁금하게 여기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숨결을 잊거나 잃는다면, 그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채 딱딱하게 굳어 버립니다.


  굳어 버린 사람은 몸과 마음이 함께 굳으니 죽음과 늙음으로 달립니다. 굳어 버린 사람은 몸과 마음뿐 아니라, 눈길도 굳고 눈빛도 굳습니다. 사랑과 꿈마저 굳어 버립니다. 모든 것이 굳어 버리니까 따스하게 나누는 사랑이 샘솟지 못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모조리 굳어 버리니까 넉넉하게 이루는 꿈은 하나도 없습니다.


  마음을 열 수 있을 때에 궁금해 합니다. 마음을 열 수 있기에 활짝 웃으면서 궁금한 대목을 묻습니다. 마음을 열어 이곳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수 있기에 누구라도 따스하게 맞아들이면서 이웃으로 삼고 동무로 여깁니다. 마음을 열어 싱그러운 바람을 들이켤 수 있으니 스스로 숲이 되고 나무가 되면서 꽃이 됩니다.


  궁금한 사람은 아이입니다. 궁금한 사람은 어른입니다. 궁금한 사람은 바람입니다. 궁금한 사람은 해님입니다. 궁금한 사람일 때에 비로소 참다이 사람입니다.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겉모습으로는 아이요 어른이요 바람이요 해님이요 사람이라 하더라도, 겉모습만 있는 빈 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알찬 사람은 바람이 불면 시원해 하면서 노래를 부르지만, 텅 빈 껍데기인 사람은 바람이 불면 먼지처럼 휘 날아가고 맙니다.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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