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비누’ 한 장을 사려고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비누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첨가물 없는 비누’를 장만할 길이 없다. 면이나 읍에서 다루는 비누는 ‘첨가물이 가득한 비누’일 뿐이다. 서울처럼 커다란 도시로 나와서 백화점처럼 커다란 가게로 찾아가니 비로소 ‘첨가물 없는 비누’를 구경할 수 있다. 서울처럼 큰 도시 곳곳에 있는 생협 매장에서도 ‘첨가물 없는 비누’를 찾아볼 수 있다. 비누 한 장조차도 제대로 찾아서 쓰기 어려운 시골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에서 살아야 할까? 아무래도 비누 한 장도 손수 집에서 빚어서 써야 한다는 뜻이지. 가게를 탓할 일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하면 된다. 다만, 시골 면이나 읍에 있는 가게에서 ‘첨가물 없는 비누’를 다룰 수 있을 만큼 사람들 생각이 거듭나거나 자랄 수 있기를 꿈꾼다. 어린이가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비누일 때에 어른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비누가 된다. 어린이가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마을일 때에 어른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마을이 된다. 4348.9.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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