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을 끌던 마감글을 마치고



  오른무릎을 다친 지 꼭 열흘을 지나 열하루가 된다. 열흘째인 어제는 대문을 처음으로 나서서 500미터쯤 걸었다. 이만 한 길을 걷는 동안 두 번 쉬었다. 한 번은 가볍게 쉬고 두 번째는 오래 쉬었다. 오른무릎이 다치기 앞서 마감글 하나를 일찍 마칠 만하리라고 여겼으나, 무릎이 다치고부터 날마다 끙끙 앓으면서 책상맡에 십 분을 앉기도 벅차다 보니, 여러모로 진땀만 흘리면서 열흘 내내 마무리를 못 지고 하루를 넘기고 또 넘기면서 보냈다.


  어제(오늘) 새롭게 걸음마를 뗄 수 있은 뒤로 다리에 살짝 힘이 붙어서 책상맡에 조금 더 오래 앉아서 버틴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준 때부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감글을 쓴다. 글을 마친 뒤 잡지사로 글을 보내고 나서는 이제 힘이 풀려 자리에 드러누울 일만 남는다.


  잘 자자. 새벽에 잘 일어나서 오른무릎에 댄 거즈를 갈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서서 서울마실을 하자. 오늘(하루 지났으니) 있을 강의를 알뜰살뜰 잘 맡자. 아픔이 많이 가셨으니 세 시간 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할 수 있을 테지? 다만,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고흥부터 서울까지 다섯 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달릴 적에 잘 견디어야 한다. 잘 견디자. 4348.9.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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