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48. 나락꽃이랑



  석 달 동안 분홍 꽃송이가 찬찬히 터지면서 꽃내음을 퍼뜨리는 배롱나무가 있다면, 이른새벽에 피어서 아침에 지는 나락꽃이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잔치라든지 매화꽃잔치를 하는 곳이 많은데, 나락꽃잔치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나락꽃은 벚꽃이나 매화꽃이나 장미꽃처럼 큼직하고 알록달록한 꽃이 아니기에 꽃잔치를 안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늘 먹는 밥이 되어 주는 쌀알이 ‘나락’일 적에 ‘꽃’이 피는 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 느낍니다. 나락꽃은 오직 시골사람만 흐뭇하게 바라보는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집 논이 아니어도 나락꽃은 반갑습니다. 골골샅샅 모든 나락꽃이 고요히 피고 지면서 들판이 차근차근 누렇게 익습니다. 4348.9.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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