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테 열세 번 차이다



  아이들한테 열두 번 차이고 난 뒤에는 더 안 차이겠거니 하고 여겼으나, 아니다. 열세 번째 차이며 아이고 아야 나 죽네 하며 눈물이 찔끔찔끔 나면서 한밤에 잠을 깬다. 오른쪽 큰아이가 돌아누우며 무릎으로 내 ‘다친 무릎’을 제대로 들이받았다. 자는 아이는 이불을 걷어찼다. 나는 눈물을 삼키며 아픔을 얼른 달랜 뒤 이불깃을 여민다. 이러고 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어제는 두 번, 그제는 열 번, 두 아이가 내 오른무릎을 들이받았다. 무릎으로도 들이받고, 발로도 찬다. 얌전하게 자는 일이 없으니 이리 돌면서 들이받고, 저리 돌다가 뻥 찬다. 그런데 아이들이 들이받거나 걷어차는 자리는 어김없이 ‘다친 무릎’이다. 다친 무릎을 쉬게 하려고 큰 베개를 다리에 놓아 올렸더니, 아이들로서는 자면서 뒹굴거릴 적에 아주 신나게 겨냥할 만한 곳이 되는 셈일까. 그제 열 번 차이며 눈물이 주르르 흐른 뒤에는 이 아이가 부스럭거리면 얼른 왼발을 들어서 아이가 뒹구는 곳을 막았다. 이러며 밤새 잠을 못 잤다. 어제는 좀 맞더라도 잠이라도 제대로 자자고 여기며 그냥 있었더니 두 번 맞고 끝났다. 오늘은 ‘다친 무릎’이 많이 아물었겠거니 하고 여겼으나 아직 멀었다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아이가 잘못한 일은 없다. 아이는 잘못하지 않는다. 아이를 나무랄 일이 없다. 아이를 미워할 까닭도 없다. 아이는 그저 새근새근 자면서 꿈나라에서 놀 뿐이다. 어젯밤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걷어찬 뒤에 까르르 웃던데, 왜 웃나 했더니 꿈에서 누나하고 무슨 놀이를 하는 듯했다. 누나랑 잡기놀이라도 한 듯하다. 이리저리 발을 휘두르면서 자다가 내 무릎을 걷어찼으니 말이다. 아무튼, 아이들은 잘못하는 일도 없고, 잘못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고맙다. 4348.9.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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