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00) -화化 200 : 환화
환화(幻化) : [불교] 실체가 없는 것이 환술(幻術)로 현재 있는 것처럼 됨. 또는 그런 일. ‘환’은 환술사가 만들어 낸 것이고, ‘화’는 불보살이 신통력으로 변한 것이다
‘환화’는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불교사전에서는 “마술사가 눈속임으로 지어낸 허깨비”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은 ‘환화’일지라도, 여느 한국말로는 ‘허깨비’인 셈입니다.
‘환술(幻術)’은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라고 해요. 한자로 지어서 쓰는 불교 낱말을 다른 한자를 빌어서 풀이한 셈이지만, 다른 사람 눈을 속이는 몸짓을 가리켜 여느 한국말로는 ‘눈속임’이라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눈속임으로 지어낸 허깨비를 가리키려고 한자말 ‘환화’를 쓰는 셈입니다. “추락을 꿈꾸며 / 환화한 나는 꿈속에서”와 같이 흐르는 글월에 나오는 ‘환화’를 살피면, 앞뒤에 ‘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환화’라는 불교 한자말에다가 ‘幻化’를 붙인들 이 말뜻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꿈에만 있는”이나 “꿈처럼 있는”처럼 쓸 때에 비로소 뜻도 느낌도 잘 살아나리라 봅니다. 4348.9.6.해.ㅅㄴㄹ
추락을 꿈꾸며 / 환화(幻化)한 나는 꿈속에서 매일 까무러친다
→ 떨어지기를 꿈꾸며 / 꿈처럼 있는 나는 꿈속에서 늘 까무러친다
→ 떨어지기를 꿈꾸며 / 꿈에만 있는 나는 꿈속에서 날마다 까무러친다
→ 떨어지기를 꿈꾸며 / 허깨비 같은 나는 꿈속에서 으레 까무러친다
《정영-화류》(문학과지성사,2014) 8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