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58. 아기 몸이 되어서



  자전거 사고가 난 지 나흘째가 된다. 지난 사흘은 누워도 잠을 잘 수 없도록 몸살이 돌면서 괴로울 뿐 아니라, 크게 깨진 오른무릎을 어찌할 길이 없던 나날이었다.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살갗에 난 생채기는 더는 다스리지 않기로 했고, 오른다리를 제대로 쓰도록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로 한다. 밤새 오른다리를 폈다가 접으면서 용을 썼다. 걷거나 서지 못하는 ‘아기 몸’이 되어 사흘 동안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아기에서 갓 벗어나 무럭무럭 자라는 숨결이다. 잘 뛰거나 달린대서 아직 어른이 아니다. 심부름을 곧잘 하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는 어렵다. 몸을 건사하고 아끼면서 돌보는 길이란 무엇일까. 몸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보살피는 삶을 아이들한테 얼마나 보여주었을까. 눈을 가리거나 귀를 막으면서 우리 이웃이 어떻게 사는가를 헤아리듯이, 어버이 몸을 입었어도 ‘아기 몸’이 되어 지내면서 아이들하고 나누면서 가꿀 삶을 새삼스레 되새긴다. 4348.9.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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