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새로 걷는다



  오늘 꼭 일어서려고 했는데, 흔들흔들 일어서기는 해도 오른다리를 곧게 펴지 못한다. 섰다고도 안 섰다고도 볼 수 없다. 진땀을 흘리며 다시 천천히 주저앉은 뒤 생각해 본다. 사람이 서서 걸으려면 다리를 곧게 펼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다리가 곧게 펴져야 한다. 다리가 구부정한 채 걸을 수 없고, 구부정한 다리로는 자전거 발판을 구를 수 없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다. 새롭게 걷는 몸짓을 익혀야 한다. 다리를 곧게 폈다가 굽히기를 부드럽게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설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서서 한쪽 다리에 피가 쏠리지 않아야 걸을 수 있다.


  밤에 오줌을 누러 씻는방까지 기어서 다녀오는데, 오른다리를 폈다가 굽히기를 해 본다. 처음에는 뼈가 으득으득 갈라지려는 듯이 아프면서 안 펴진다. 그래도 용을 써서 다리를 폈고, 다리를 편 채 한동안 있다가 천천히 접는다. 이렇게 아주 더딘 궁둥걸음으로 방으로 돌아오니, 땀을 흠뻑 쏟는다.


  손을 안 쓰고 오른다리만 움직여서 펴고 굽히기를 해야 한다. 아프더라도 오른손이 오른다리를 도우면 안 된다. 오른다리는 스스로 펴고 굽히기를 해야 한다. 오늘 밤부터 나는 오른다리를 펴고 굽히는 몸짓을 한다. 하루 빨리 일어서서 걸어다닐 수 있도록. 일어서면서 웃으려고. 4348.9.4.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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