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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맛 - 느낌 있는 사진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사진 강의
우종철 지음 / 이상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214
사진 한 장으로 노래하는 맛
― 사진의 맛
우종철 글·사진
이상미디어 펴냄, 2015.8.10. 25000원
사진 한 장은 아무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모든 것이 됩니다. 사진 한 장은 그저 한 장일 뿐이지만, 두고두고 바라보면서 어느 한때를 되새기는 밑바탕이 됩니다.
아이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놀다가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내 뒤에 달라붙어서 “뭐야? 뭐야!” 하면서 쳐다봅니다. 두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저희가 예전에 어떤 모습으로 할머니하고 할아버지한테 안기며 놀았는지 되새깁니다. 아이들은 그저 노는 몸짓이었을 텐데,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자리에서는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드러납니다.
아이들은 사진찍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가 하면, 사진에 찍힌 모습을 들여다보면 ‘몸에 있는 눈’으로 볼 때하고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눈으로 보는 모습과 ‘다른 사람 눈으로 보는 모습’은 그야말로 달라요. 그러니, 아이들은 사진찍기가 재미난 사진놀이입니다.
대략 100년에서 150년 전에 나타난 이러한 경향(회화 모방)은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다수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찍고 답습하는 사진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16쪽)
쿠델카는 자신의 사진은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떠나고, 사랑하고, 웃고, 우는 세상의 모든 모습들은 결국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입니다. (32쪽)
우종철 님이 빚은 《사진의 맛》(이상미디어,2015)을 읽습니다. 《사진의 맛》은 사진길에 접어들려고 하는 이웃님한테 베푸는 선물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직 사진을 모르지만, 사진기를 손에 쥐고 신나게 사진놀이를 하고픈 이웃님이 사진을 노래하는 삶이 되도록 북돋우려고 하는 길잡이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만, 이 책에 적힌 말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이키 톤·미들 톤·로우키 톤’ 같은 말을 그냥 씁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이런 영어는 오늘날 영어라기보다 한국사람 누구나 흔히 쓰는 ‘여느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톤’이든 ‘콘트라스트’이든 그냥그냥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의 맛》이라고 하는 책이 사진길로 가려는 이웃님한테 ‘사진을 즐겁게 찍자’고 노래하는 길잡이책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쉬우면서 부드러운 말씨로 풀어낸다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어 아닌 한국말로도 얼마든지 사진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어른 아닌 어린이한테 사진을 이야기하면서 가르칠 적에 어떤 말을 써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초보 사진가들에게 있어 사진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바로 사진기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의 느낌에 가장 가깝게 표현하고자 애쓰는 행위일 것입니다. 이 과정도 간단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과정이 지나면,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찍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란 점을 이해하고 그러한 세계에 좀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45쪽)
대상을 보고 사진을 찍는 순간, 사진가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이게 하는 톤을 미리 결정하고 있어야 합니다. (76쪽)
사진찍기는 사진을 찍는 일입니다. 사진찍기는 ‘사진기를 다루는 일’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연필을 다루는 일’이나 ‘자판을 다루는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진찍기를 할 적에는 ‘사진기를 알맞게 다루기’는 해야 하지만, 굳이 사진기를 남달리 다루기까지는 안 해도 됩니다. 북을 치는 이가 북채를 하늘로 던졌다가 받아서 북을 칠 수 있듯이, 글을 쓰는 이가 연필을 하늘로 던졌다가 받아서 글을 쓸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재주는 잔재주라고 합니다. 잔재주는 잔재주로 다른 사람 눈길을 끌 터이나, 이러한 잔재주는 사진이나 글이 나아가는 밑바탕이나 기쁨은 아니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사진을 배우려고 한다면 사진을 배우면 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면 사진을 찍으면 돼요.
‘잘 찍은 사진’이 아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남한테 자랑할 만한 ‘멋진 사진’이 아닌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사진을 찍으면서 놀 수 있으면 되어요.
주 피사체에 항상 초점이 맞아야 한다는 정해진 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03쪽)
순수하게 사물을 보는 연습의 전 단계로 우선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을 찾거나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뭔가 동요하는 자신의 느낌을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136쪽)
《사진의 맛》이라는 책에서도 다루는데, 틀에 박힌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주 피사체’이든 ‘찍히는 어떤 것’이든 꼭 초점이 맞아야 하지 않습니다. 황금률 구도를 맞추어야 할 까닭이 없고, 뛰어난 구도를 살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찍기는 사진을 찍는 일일 뿐, 멋지거나 빈틈이 없는 구도를 찾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 흔들려도 괜찮고, 많이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빛을 예쁘게 맞추지 않아도 괜찮으며, 어둡거나 밝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흐른다면 다 괜찮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는 나하고 사진을 읽는 너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웃음꽃을 피울 만한 이야기가 흐른다면 모두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는 나랑 사진을 읽는 너랑 어깨동무를 하면서 슬픔이나 아픔을 달랠 만한 이야기가 서린다면 더없이 사랑스러운 사진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것,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진으로, 그림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157쪽)
사진 찍기에 좋은 대상은 결국 내 주변 가까이에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180쪽)
사진의 출발은 잘 아는 것, 익숙한 것,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찍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187쪽)
사진을 찍는 맛이란, 삶을 짓는 맛입니다. 사진을 찍는 맛이란, 이야기를 빚는 맛입니다. 사진을 찍는 맛이란, 사랑을 노래하는 맛입니다. 사진을 찍는 맛이란, 꿈을 꾸는 맛입니다.
이리하여, 사진기 한 대를 손에 쥐면서 무엇이든 사진 한 장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못 찍을 사진이란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사진이 되고, 어떤 삶이든 사진이 됩니다. 부자인 삶도 가난한 삶도 모두 사진이 되어요. 이름난 예술가도 이름이 안 난 시골 할매도 모두 사진이 되지요. 갓난쟁이도 어린이도 어른도 사진이 됩니다. 몽골이나 티벳도 사진이 되고, 일본이나 중국도 사진이 되어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에는 ‘흔한 소재’나 ‘아무것 아닌 주제’가 없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찍는 이야깃감이어도 재미난 사진이면서 놀라운 사진이 됩니다. 아무도 안 찍는다고 하는 소재나 주제도 얼마든지 사랑스러우면서 멋진 사진이 되지요.
흔히 사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상력 없이 육체적 시각에 의존해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초보적이고 제한적인 사진 행위입니다. (249쪽)
어떤 경우 작품을 보고 작가의 지인들이 “너답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합니다. ‘나답다.’라는 것은 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솔직했다는 반증입니다. (327쪽)
나는 사진 한 장으로 노래합니다. 두 장도 백 장도 아닌 사진 한 장으로 노래합니다. 공모전에 뽑힌다거나 어떤 상을 받은 사진이 아닙니다만, 우리 아이들이 바람 따라 물결치는 논둑에 서서 바람노래와 풀노래를 한껏 마시는 모습을 찍은 한 장으로 삶을 노래합니다.
오늘을 노래하기에 오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을 노래하기에 ‘오늘 찍은 사진’은 어느덧 ‘어제 찍은 사진’이 되면서 우리 삶을 새삼스레 되짚는 이야기밭이 됩니다. 오늘을 노래하기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날’에도 기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오늘은 어제로 흐르고, 오늘은 다시 앞날로 흐르며, 오늘과 어제와 앞날은 사이좋게 만납니다. 사진 한 장이 있어서 언제나 젊으면서 기쁩니다. 사진 한 장이 있어서 언제나 춤추면서 꿈꿉니다.
사진은 어떤 맛일까요? 사진은 내가 바라는 맛입니다. 슬픈 날에는 슬픈 맛이 나는 사진이고, 기쁜 날에는 기쁜 맛이 나는 사진이에요. 맑은 날에는 맑은 맛이 나는 사진이다가, 흐린 날에는 흐린 맛이 나는 사진이지요.
늘 달라지면서 늘 새롭게 거듭나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 하나를 마주하면서 고요히 생각에 젖습니다. 참으로 사진 한 장이 고맙습니다. 《사진의 맛》을 읽는 ‘사진이웃님’ 누구나 마음에 담을 이야기꽃을 곱게 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8.9.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