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살아갈 새로운 나비



  알에서 처음 태어나고, 애벌레로 살다가, 번데기를 벗어나, 아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숨결이 바로 나비이다. 우리 집 굵은 후박나무 줄기를 붙잡은 나비는 이제부터 바람을 타고 살겠지.


  나비도 새도 풀벌레도 바람을 타면서 난다. 그냥 날지 않는다. 날개만 있다고 해서 날 수 있지 않다. 비행기나 헬리콥터에 기름을 넣는대서 하늘을 날지 않는다. 비행기나 헬리콥터도 기름을 태워서 하늘로 떠올랐을 적에는 바람을 살펴서 고이 타야 한다.


  사람은 왜 하늘을 못 날까? 아주 마땅한 노릇이지만, 바람을 모르기 때문이다. 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날개가 있기에 날지는 않는다. 바람을 알고, 바람을 읽으며, 바람을 사랑하고, 바람하고 놀기 때문이다. 하늘을 훨훨 나는 새는 쉬잖고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한번 바람을 타면 그대로 날개를 곧게 뻗으면서 바람하고 하나가 된다. 글라이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까닭도, 글라이더라는 날개를 손에 쥔 사람이 바람을 읽고 알며 사랑하려고 할 뿐 아니라, 바람이랑 놀려고 하기 때문이다.


  헤엄을 치는 사람과 헤엄을 못 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물을 읽고 물을 알며 물을 사랑하여 물하고 노는 사람은 헤엄을 친다. 물을 안 읽거나 못 읽고, 안 알려 하며, 사랑하지 않는데, 게다가 물이랑 몰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헤엄을 칠까?


  책은 누가 읽는가? 책을 알려고 할 뿐 아니라, 사랑하고, 한마음이 되면서, 놀려고 할 적에 비로소 읽는다. 사랑은 누가 하는가? 오직 사랑을 알려고 하면서, 사랑을 마음으로 읽고, 사랑으로 사랑하면서, 사랑으로 삶을 기쁘게 놀려고 할 때에 사랑을 한다. 4348.8.2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13 2015-08-27 16:34   좋아요 0 | URL
멋지시네요
자연을 관찰하시는 여유도 가지고 계시고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숲노래 2015-08-27 19:48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누구나 자연과 함께 살았는데
요새는 거의 모두 자연과 동떨어져서 살아요.
저희는 시골에서 자연하고 늘 함께 지내니
언제나 마주하면서 고맙게 삶을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