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43. 농약 헬리콥터



  이른새벽부터 윙윙 소리가 납니다. 문을 모두 닫아도 들리는 소리에 마루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봅니다. 꿉꿉한 냄새가 물씬 퍼집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농약을 뿌리는 헬리콥터가 마을논에 떴습니다. 마을 할배가 호스로 농약을 뿌릴 적에도 바람을 타고 우리 집 마당으로 농약이 스미지만, 헬리콥터가 뜨면 농약바람은 지붕까지 타넘습니다. 안내방송 없이 ‘친환경농약’조차 아닌 ‘아주 센 농약’을 헬리콥터로 뿌립니다. 친환경농약을 칠 적에는 장독 뚜껑도 창문도 모조리 닫고 바깥마실도 다니지 말라고 안내방송을 했는데, ‘아주 센 농약’을 아무 말 없이 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사진 한 장 찍어서 남깁니다. 4348.8.2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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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8-25 13:26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기계화된 농업의 음지를 보면서도 말없이 그 생산물들을 소비하는 우리들, 저 자신부터도 돌아봐야겠어요.

숲노래 2015-08-25 14:14   좋아요 0 | URL
한국 사회에서 절대다수는 일반 농약농업 곡식을 먹고,
아주 적은 사람들이 자연농이나 유기농을 먹는데,
자연농이나 유기농을 믿고
조금씩 옮겨 가는 이웃님이 늘어나면
아무리 시골에 늙은 어르신만 남더라도
이런 무시무시한 헬리콥터 농약질을 멈추고
아름다운 시골로 돌아갈 바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마음을 써 주시는 일만으로도 벌써 한 걸음을
슬기롭게 내딛은 셈이라고 느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