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90) 선線


 선을 긋다 → 금을 긋다

 진공청소기의 선이 짧아서 → 진공청소기 줄이 짧아서

 얼굴의 선이 드러나다 → 얼굴 테두리가 드러나다

 애인과 일정한 선을 긋고 → 애인과 어느 만큼 금을 긋고

 만 달러 선 → 만 달러 언저리

 500포인트 선이 무너지며 → 500포인트가 무너지며

 어느 선을 넘어가면 → 어느 만큼을 넘어가면

 권력층과 선이 닿다 → 권력층과 줄이 닿다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은 ‘선’이요, 한국말은 ‘금’이나 ‘줄’입니다. 그런데 ‘금’하고 ‘줄’은 똑같은 것을 가리킬 수도 있으나 쓰임새가 많이 벌어집니다. “너와 나 사이에 금을 긋는다”처럼 쓰지만 “너와 나 사이에 줄을 긋는다”처럼 쓰지는 않아요. “애인과 일정한 선을 긋고”는 “애인과 어느 만큼 금을 긋고”로 고쳐쓸 수 있으며, 이때에는 “애인과 어느 만큼 떨어지고”나 “애인과 어느 만큼 멀리하고”로 고쳐쓸 만하기도 합니다. “한 줄로 길을 걷는다”라든지 “빨랫줄”처럼 쓰지만, 이런 자리에 ‘금’을 쓰지는 못해요. ‘선(線)’이라는 한자말은 어느 때에는 ‘금’을 뜻하고, 어느 때에는 ‘줄’을 뜻합니다. 그리고, 어느 때에는 ‘언저리’나 ‘안팎’을 나타내고(만 달러 선), 어느 때에는 그냥 덜어낼 때가 한결 잘 어울립니다. 4348.8.23.해.ㅅㄴㄹ



상식 선에서만 말하자면

 상식으로만 말하자면

→ 누구나 아는 말을 하자면

→ 다 아는 대로만 말하자면

《김규항-비급 좌파》(야간비행,2001) 240쪽


행복해지기 위해선 이 사회의 시스템을 통찰하고 스스로 선을 그어야만 한다. 이 소비사회의 미친 방식을 어느 선까지 따라하고 어느 선에서 그만두어야 할지를 스스로 다짐해 두어야 한다

→ 행복해지려면 이 사회 얼거리를 깨닫고 스스로 금을 그어야만 한다. 이 소비사회에서 미친 틀을 어디까지 따라하고 어디에서 그만두어야 할지를 스스로 다짐해 두어야 한다

《레기네 슈나이더/조원규 옮김-소박한 삶》(여성신문사,2002) 55쪽


그때부터 선이 닿는 데는 모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 그때부터 줄이 닿는 데는 모두 연락해서 도움을 바랐다

→ 그때부터 알 만한 데는 모두 연락해서 도와 달라고 했다

→ 그때부터 아는 데는 모두 연락해서 도움을 빌었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119쪽


웬만한 선에서 고개 숙여야 성공한다고

→ 웬만한 자리에서 고개 숙여야 성공한다고

→ 웬만하면 고개 숙여야 성공한다고

→ 웬만큼 했으면 고개 숙여야 성공한다고

《하정아-더러운 것이 좋아!》(북스,2005) 29쪽


병아리 교사에게도 학생과의 사이에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정도의 분별력은

→ 병아리 교사에게도 학생과 교사 사이에 뚜렷이 금을 그어야 한다는 생각쯤은

→ 병아리 교사에게도 학생과 교사 사이에 맺고 끊을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쯤은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허수아비의 여름휴가》(양철북,2006) 22쪽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선도 있다고

→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 있다고

→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자리도 있다고

→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틀도 있다고

→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일도 있다고

《김병섭·박창현-여고생 미지의 빨간약》(양철북,2015) 8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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