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2) 겁


 겁도 없이 누구한테 덤비는 거야

→ 무서움도 없이 누구한테 덤비냐

 어둠 속에서 겁을 잔뜩 먹었는지

→ 어둠이 매우 무서운지

 덜컥 겁이 났다

→ 덜컥 무서웠다


  ‘겁(怯)’은 “무서워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 ‘무섭다’를 찾아보면 “1.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2. 두려움이나 놀라움을 느낄 만큼 성질이나 기세 따위가 몹시 사납다”처럼 풀이해요. ‘두렵다’를 찾아보면 “1.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처럼 풀이하지요. 이렇게 보면 ‘겁·무서움·두려움’이 어떻게 다른 낱말인가를 알기 어렵습니다. ‘무서움’을 뜻하는 ‘겁’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때하고 “마음이 떨릴” 때에 씁니다. ‘두렵다’라는 한국말은 “마음이 떨리거나 걸릴” 때하고 “잘못될까 봐 마음이 안 놓이”거나 “가까이하기 어려울” 때에 써요. ‘무섭다’도 “잘못될까 봐 마음이 안 놓이”는 때에 쓸 수 있는데, “무섭게 몰아치는 비바람”이나 “밥상을 차리기 무섭게”처럼 쓰기도 합니다.


  때와 곳을 알맞게 살펴서 ‘두렵다’를 써야 하면 ‘두렵다’를 쓰고, ‘무섭다’를 써야 하면 ‘무섭다’를 쓰면 됩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하다’를 쓸 수 있어요. 4348.8.23.해.ㅅㄴㄹ



그때도 몹시 겁이 났는데

→ 그때도 몹시 무서웠는데

→ 그때도 몹시 무시무시했는데

《키시카와 에츠코/노래하는 나무 옮김-힘내라! 내 동생》(꿈터,2005) 40쪽


리사벳은 겁이 났어요

→ 리사벳은 무서웠어요

→ 리사벳은 덜덜 떨렸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김서정 옮김-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바람의아이들,2012) 13쪽


무를 통통 써는 장면을 상상하면 겁이 났다

→ 무를 통통 써는 모습을 떠올리면 무서웠다

→ 무를 통통 써는 모습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 무를 통통 써는 모습을 떠올리면 오싹했다

《사노 요코/이지수 옮김-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2015) 10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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