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20.
: 다들 아이들을 묻는다
고마운 이웃님이 두 분 있어서 오늘 책을 부치기로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이튿날로 미룰 수 있지만, 이튿날은 금요일이라서 토요일에는 우체국 일꾼이 쉬기 때문에 목요일인 오늘 택배로 부쳐야 금요일에 닿는다. 금요일에 맡기면 한 주를 지나 월요일에 닿으니.
비가 오는 낮에 두 아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자전거를 탈 생각이 아예 없다. 어머니는 허리가 몹시 결려서 이틀째 방바닥에 드러누워 지내는데, 두 아이는 모두 어머니 곁에서 놀겠노라 한다. 그래, 너희들이 자전거를 안 타고 싶다기보다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헤아리면서 놀겠다는 뜻일 테지? 비가 오는 날 비를 맞으면서 비옷도 입고 우산을 쓰면서 놀기를 아주 좋아하는 너희들이 ‘빗길 자전거마실’을 안 한다는 말이 나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비를 맞으면서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면소재지에 이를 무렵 상수도 공사를 한다면서 길을 파헤치는 데가 있고, 그쪽 길로는 가지 말라고 알려주는 아지매가 한 분 있다.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면서 그곳을 지키셔야 하네. 이 아지매는 면소재지에서 공사를 할 적에 ‘자동차한테 돌아가도록 알리는 일’을 몇 해째 하신다. 내가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우고 이런 공사장 옆을 지날 때면 늘 활짝 웃으면서 아이들을 예뻐 하신다. 비록 자전거가 아지매 옆을 지나가는 아주 짧은 1∼2초밖에 안 되는 겨를인데에도 그렇다. 오늘도 아지매는 아주 짧은 겨를에 “아이들은요?” 하고 묻는다. “아, 오늘은 그냥 집에 있겠대요.” 하고 말씀을 여쭈면서 지나간다. 코앞에 자동차가 마주 달리기에 자전거를 멈추지 못하고, 달리는 결에 말씀한다.
우체국에서도 아이들을 묻는다. 면소재지 가게에서도 아이들을 묻는다. “아이들은 어쩌시고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한 해 삼백예순닷새를 치면 삼백예순 날은 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고 닷새쯤은 혼자 따로 바깥일을 보러 움직인다고 할 만하니, 늘 둘레에서 “아이들은 어쩌시고요?” 하고 물으시는구나 싶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