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가는 ‘작가’이기 앞서 ‘사람’입니다



  모든 작가는 작가라는 이름이기 앞서 사람입니다. 독자도 독자라는 이름이기 앞서 사람입니다. 작가이든 독자이든 똑같이 아름다운 사람이며, 이 지구별에서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작가라는 이름이 붙더라도 언제나 사람이고, 독자도 독자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언제나 사람입니다.


  나는 두멧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사는 어버이로 살면서 한국말사전을 엮는 일을 합니다. 내가 책을 여러 권 내놓았기에 나를 두고 ‘작가’라고 하는 분이 있고, 때로는 ‘작가 선생님’이라고 하는 분이 있으나, 나는 언제나 이런저런 이름에 앞서 ‘아이들 어버이’요 ‘시골사람(시골 아재)’입니다. 아이들은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작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나 나를 두고 ‘아재!’나 ‘아재요!’ 하고 부릅니다.


  작가이든 독자이든 누구나 밥을 먹고 똥오줌을 누며 잠을 잡니다. 작가이든 독자이든 누구나 꿈을 꾸고 노래를 부르며 웃거나 웁니다. 작가는 독자를 비아냥거리거나 이기죽거릴 까닭이 없습니다. 독자도 작가를 비아냥거리거나 이기죽거릴 까닭이 없습니다. 작가 사이에서도, 독자 사이에서도, 그리고 작가도 독자도 아닌 ‘사람 사이’에서도 언제나 마찬가지입니다.


  밭을 돌보는 사람이 밭에 심은 남새에 뜨거운 물이나 따뜻한 물을 붓는 일은 없습니다. 사람한테는 그저 미지근한 물이라도 풀이나 남새한테는 너무 뜨거워서,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맞는 풀이나 남새는 그만 시들어서 죽습니다. 사람한테는 아무것이 아니라지만 풀과 남새한테는 다르지요. 어른들은 아이를 가볍게 툭 쳤다고 하지만, 아이는 그만 나가떨어집니다. 계단에서 어른이 아이를 툭 쳤다가는 그만 아이는 계단에서 데구르르 구르다가 죽을 수 있습니다.


  ‘솜주먹’으로 때린다고 해서 ‘때리기(폭력)’가 아닐 수 있을까요? 지난날 군대와 고문실에서는 수건으로 나무작대기를 둘둘 감아서 후려치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는 멍이 들지 않으나 속으로는 곯으면서 뼈가 욱씬거리도록 아픕니다. ‘때린 사람 잣대’로 ‘때리지 않았다(폭력이 아니다)’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작가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비아냥이나 이죽거림을 들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작가’라고 부르면서 일부러 비아냥이나 이죽거림을 할 까닭도 없습니다. 4348.8.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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