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자유 사계절 1318 문고 11
채지민 지음 / 사계절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푸른책과 함께 살기 121



내 마음속에 모두 다 있으니

― 내 안의 자유

 채지민 글

 사계절 펴냄, 1999.4.20. 7500원



  채지민 님이 쓴 성장소설 《내 안의 자유》(사계절,1999)를 읽습니다. 이 작품에는 ‘매서운 아버지한테 억눌리’면서 ‘마음꽃을 좀처럼 스스로 피우지 못하’는 아이가 나옵니다. 이 아이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제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눈치나 말에 휘둘리느라 막상 제 삶을 마주하지 못합니다.



내가 조금씩 어두운 아이로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과 대놓고 마음을 털어낼 만한 상대가 없다는 현실에 의해, 나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언니보다 더 말이 없는 아이로 나도 모르게 바뀌어지고 있었다. (19쪽)



  밝은 아이나 어두운 아이는 따로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마음속에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있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자랄 적에는 어두움이라 할 텐데,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천천히 자라면서 ‘어두웠다’고 느끼는 아기는 없습니다. 포근하거나 넉넉했다고 느끼지요. 어머니 뱃속에서 바깥으로 나와서 눈부신 빛을 처음으로 쐬면서 ‘밝은 빛’이 싫다고 느끼는 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밝은 자리로 나오면서 새롭게 겪거나 부딪힐 이야기가 날마다 넘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마음 깊은 곳을 차분히 돌아봅니다. 밝은 곳에서는 온갖 일을 스스로 부딪히면서 겪습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제 마음을 찬찬히 다스립니다. 밝은 곳에서는 온몸을 움직여 새로운 하루를 짓습니다.



저러한 손길은 내게 주어질 수 없는 걸까? 유치원 같은 곳에는 다니지 않아도 좋았다. 단지 소망이 있다면, 출근하는 아버지한테서 따스한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 (21쪽)



  따스한 말은 어버이가 아이한테만 들려주지 않습니다. 아이도 어버이한테 따스한 말을 들려줍니다. 아이한테 좀처럼 따스한 말을 들려주지 못하는 어버이는 바보스럽기 때문에 따스한 말을 못 들려주지 않아요. 오늘은 어버이라 하지만, 어제는 ‘또 다른 어버이가 낳은’ 아이였던 어버이입니다. 나한테는 어버이라 하더라도 다른 분한테는 아이예요. 우리 어버이도 예전에 따스한 말을 못 듣고 자랐을 수 있고, ‘어른이 되어 새로 낳는 아이’한테 따스한 말을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는지 못 배웠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먼저 스스로 따스한 말을 들려주면 됩니다. 어버이가 나한테 다 해 주기를 바라지 않아도 됩니다. 어버이한테 안기고 웃고 노래하면서 스스로 집안 흐름과 바람을 바꾸면 돼요.



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중학교와는 확실히 달랐다. 교육 과정도 그랬고, 학생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법까지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나는 기계가 움직이는 공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45쪽)


쏟아져 나오는 신간 서적 앞을 지나치면서 내가 읽었던 책 이외의 것이 이렇게도 많다는 사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90쪽)



  삶이 아름답다고 하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온갖 일을 스스로 겪으면서 새롭게 배울 수 있기에 삶이 아름답다고 할 만합니다. 스스로 이 일 저 일 맞닥뜨리면서 새롭게 배우고 누리고 마주하고 가다듬을 수 있으니 삶은 그야말로 아름답다고 할 만해요.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 아이들은 학교만 들어가면 새로움하고 동떨어집니다. 입시교육만 받아야 하는 아이들한테 새로움을 베풀려는 어른이 너무 없습니다. 교사는 입시교육을 시켜야 하는 공무원이 되고, 어버이는 어버이 아닌 학부모가 되어야 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너의 인생은 너만의 것이야. 그건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아버지께서도 이젠 응원해 주실 거야. 멋진 대학생, 훌륭한 사회인이 되길 기원할게. 꼭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야. 네 결정과 노력이 실현된다는 게 중요한 거지.” (124쪽)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회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곧게 서서 맑게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삶을 일구어 새롭게 짓는 어른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여 기쁘게 노래하는 사람으로 설 때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주변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교실 문을 열고 나섰다. 그리고 운동장에 발을 내딛었다. 저만치 교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들 앞에 아버지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치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151쪽)



  성장소설 《내 안의 자유》는 책이름 그대로 ‘내 마음속’에 자유가 있다는 대목을 보여줍니다. 아무렴, 그렇지요. 자유도 평화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꿈도 사랑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 됩니다. 내가 나를 아끼면서 보살피면 됩니다.


  스스로 자유로울 때에 이웃하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스스로 사랑스러울 때에 이웃하고 즐겁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면 눈을 뜨지 못하고, 스스로 눈을 뜨지 못하면 삶은 늘 고단하거나 괴롭습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청소년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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