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한테 물리는 재미……까지는 아니나



  시골에서 살며 온갖 것에 골고루 물린다. 모기한테 물리는 일은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다. 게다가 시골모기는 도시에 있는 모기하고 댈 수 없다. 시꺼멓고 단단한 녀석은 하늘을 날 적에 파리채로 후려갈겨도 안 죽는다. 손바닥으로 짝 부딪혀서 잡아야 비로소 피를 좍 튀기면서 죽는다. 그런데 시골모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하루 아닌 한 시간, 아니 십 분쯤 지나면 다 가라앉는다. 아무리 많이 자주 물어도 모기한테 물린 자리는 곧 아문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기가 물든 말든 안 쳐다보면서 마음을 안 쓰면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모기한테 수십 번씩 물리지만 물리는 줄조차 모르고, 때로는 ‘아, 어깨가 왜 이리 간지럽지?’ 하면서 어깨를 보면 모기 한 마리가 배가 터지도록 빨갛게 내 피를 빨아먹는 모습을 보곤 한다.


  올해가 아직 저물지 않았고 이제 팔월인데, 올들어 벌한테 세 차례 쏘였다. 올해에 지네한테도 세 번 물렸다. 이밖에 잠자리한테 한 번 물렸고, 골짜기에서 가재가 내 발가락을 한 번 깨물었다. 개미도 여러 차례 물었지 싶다. 다만, 개미는 내 몸을 아주 자주 올라타면서 기어다녔으나 몇 차례 안 물었다.


  도시에서 산다면 이런저런 벌레한테 물릴 일이 드물리라 본다. 시골에서 살기에 온갖 벌레를 만나고, 온갖 벌레가 나를 물면서 말을 거는구나 싶다. 그런데 온갖 벌레는 왜 나를 무는가? 풀을 뽑거나 벨 적에 물고,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할 적에 밟아서(지네) 문다. 어느 때에는 자다가 뒤척이면서 지네를 푹 깔고 눕는 바람에 지네가 나를 문 적이 있다. 모기는 알을 낳으려고 하니까 물고.


  벌레는 고작 침을 쏘거나 이로 깨무는 짓만 할 수 있다. 이렇게 해 보았자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는다. 뱀이 나를 꽉 깨문들 뱀 한 마리가 나를 죽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사람은 온갖 벌레나 뱀을 아주 손쉽게 죽일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은 온갖 벌레나 뱀을 아주 손쉽게 죽이면서도 ‘미안하다’ 같은 마음을 안 품기 마련이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온갖 벌레한테 골고루 물릴 적마다 늘 생각해 보았다. 이 아이들은 왜 나를 물었을까? 틀림없이 까닭이 있으리라. 벌레들은 내 몸을 물면서 내 몸을 조금씩 바꾸어 주었다고 느낀다. 아이들을 태우고 자전거를 몰다가 숨이 턱에 닿아 헉헉거릴 즈음 하루살이 몇 마리가 입에 들어온 적 있다. 그러니, 나는 고스란히 ‘산 하루살이’를 삼킬밖에 없었다. 이런 뒤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죽을 일도 다칠 일도 아플 일도 없다. 다만, 하루살이는 짝짓기조차 못하면서 내 몸에서 그냥 죽는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신나게 몰다가 때때로 개미를 밟거나 나비가 내 얼굴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이때에 개미도 죽고 나비도 크게 다친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 도시에서는 조금도 겪거나 느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참 흔하다.


  가만히 보면, 먼먼 옛날부터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흙밥을 먹고 흙살림을 가꾸던 사람들은 흙에서 삶을 짓는 벌레하고 이웃이 되면서 틈틈이 ‘벌레한테 물리기’를 겪었고, 이때마다 몸을 한결 튼튼하게 가꿀 수 있었지 싶다. 벌레한테 틈틈이 물리는 시골살이는 여러모로 재미있다.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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