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37. 저만치 멀리 가는구나
아이는 처음 걸음마를 뗀 뒤부터 뒤를 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처음 걸음마를 떼기 앞서 바닥을 볼볼 기듯이 다닐 적에도 뒤를 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처음 이 땅에 태어난 날부터 언제나 앞을 바라봅니다. 한 걸음을 딛고 두 걸음을 딛으면서 늘 새로 나아갑니다. 몸이 자라고 키가 크면서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내딛습니다. 어느새 저 앞으로 달려가니 개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저 앞으로 멀리 내달린 뒤 돌아옵니다. 제 어버이 품을 고요하며 포근한 보금자리로 여깁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나는 아이들이야말로 나한테 고요하며 포근한 보금자리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4348.8.1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