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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특별한 모자 ㅣ 베틀북 그림책 100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54
내가 꿈꾸는 대로 멋진 하루를 즐기네
― 밀리의 특별한 모자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문주선 옮김
베틀북 펴냄, 2009.4.15. 1만 원
아이들이 곧잘 ‘빈손’을 나한테 내밉니다. “자 보셔요!” 하고 빙그레 웃습니다. “응? 뭔데?” 하고 물으면, “여기 있잖아요, 잘 보셔요!” 하고 다시 말합니다. “그래, 뭘까? 아버지는 잘 모르겠는걸. 네가 좀 알려주렴.” 하고 말하면, “아유, 그것도 몰라요, 초콜릿이잖아요. 하나 드세요.” “그렇구나, 초콜릿이네. 고마워, 잘 먹을게.” 하면서 ‘아이 손에 있는 초콜릿’을 살그마니 집어서 입에 넣습니다.
나는 어느새 ‘내 맨손’에 과자를 한 점 올려놓고 아이한테 내밉니다. “자, 너도 받으렴.” “뭔데요?” “잘 봐. 모르겠니?” “뭘까?” “과자야. 너도 같이 먹자.” “아, 맛있는 과자로구나.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즐겁게 ‘비었으나 가득한 손’으로 무엇이든 나눕니다.
“좀더 싼 것은 없을까요?” “어느 정도 가격을 생각하시나요?” “음, 이 정도요.” 밀리는 아저씨에게 지갑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지갑 속이 텅 비었지 않겠어요? “흠, 어디 보자.” 아저씨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어요. (5쪽)
기타무라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밀리의 특별한 모자》(비룡소,2009)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그야말로 ‘남다른 모자’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떤 모자인가 하면, ‘꿈꾸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모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각하는 사람’만 볼 수 있는 모자라고도 할 만합니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못 보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안 봅니다. 꿈꾸는 사람이기에 어떤 모자이든 아름답게 쓸 수 있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새로운 모자를 쓸 수 있어요.
아저씨는 상자에서 조심조심 모자를 꺼내 밀리에게 씌워 주었어요. 모자는 밀리에게 꼭 맞았어요. “고맙습니다. 마음에 쏙 들어요.” 밀리는 지갑에 있는 것을 몽땅 아저씨에게 주었어요. (6쪽)
그림책 첫머리에 보면 ‘밀리’라는 아이는 모자 가게에 찾아갑니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있는데 밀리한테는 돈이 없습니다. 모자 가게 아저씨는 밀리 지갑을 보고는 한참 생각에 잠깁니다. 이러다가 멋진 상자를 하나 가지고 오지요. 그러고는 상자를 열어 밀리 머리에 씌워 줍니다.
‘돈이 없는 아이’한테 모자 가게 아저씨는 어떤 모자를 주었을까요? 밀리는 모자 가게 아저씨가 건넨 모자가 아주 마음에 든다면서 ‘지갑에 있는 것을 몽땅’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밀리 지갑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돈’은 한푼도 없었다고 합니다.
밀리는 케이크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케이크들은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맛있어 보였지요. 어느새 밀리는 케이크 모자를 썼어요! (12∼13쪽)
여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모자를 받은 아이는, 여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돈을 어른한테 주었습니다. 여느 눈이 아닌 남다른 눈으로, 그러니까 오직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자를 선물한 어른은, 여느 눈이 아닌 남다른 눈으로, 다시 말하자면 오로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쁨과 웃음을 아이한테서 받습니다.
어린이 밀리가 쓰는 ‘남다른 모자’는 아이 혼자서 빚지 않습니다. 어린이 밀리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어른하고 함께 빚습니다.
꿈은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꿈은 사랑스러운 마음에서 태어납니다. 생각은 어디에서 자랄까요? 생각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자랍니다.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꿈을 짓는 삶이기에 웃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생각을 가꾸는 하루이기에 노래합니다.
특별한 모자를 쓴 사람은 밀리 혼자만이 아니었어요. 모두들 저마다 특별한 모자를 썼지요. 모양도 크기도 다 달랐어요. (18∼21쪽)
소꿉놀이는 멋진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소꿉으로 짓는 살림은 아주 재미나면서 아름답습니다. ‘눈에 보이는’ 돈이 많아야 넉넉한 삶이 아닙니다. ‘눈에 안 보이는’, 아니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에 볼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할 때에 넉넉한 삶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름값이 커야 즐거운 삶이 아닙니다. ‘오직 마음을 따스하고 넉넉하게 가꾸면서 짓는’ 내 이름과 네 이름이 어우러져서 한살림을 가꾸는 하루일 때에 기쁘게 꿈꾸면서 곱게 생각하는 삶이 되어요.
내 모자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네 모자는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내 꿈은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네 꿈은 대단히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고, 우리가 어깨동무하며 걷는 길은 늘 사랑스럽습니다. 4348.8.1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