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에 끝내는 영화영작 : 기본패턴 4시간에 끝내는 영화영작 시리즈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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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고, 말을 배운다

― 4시간에 끝내는 영화 영작, 기본 패턴

 Mike Hwang 글

 Miklish 펴냄, 2014.8.15. 11800원



  《4시간에 끝내는 영화 영작》(Miklish,2014)이라는 얇으면서 단단한 책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얇기에 참 얇네 하고 여길 만한데, 막상 책을 펼치면 생각처럼 얇지 않은 책인 줄 알 수 있습니다. 책이름은 ‘네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막상 나흘이나 넉 달이 걸릴 수 있으며, 네 해를 들여도 “영어로 글쓰기”라든지 “영어로 말하기”를 못 할 수 있어요.


  왜 그러할까요? 왜 네 시간 만에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도 있는데, 왜 네 해를 들여도 영어로 글을 못 쓰거나 말을 못 할 수 있을까요?



왜 한국인들은 10년 이상 영어를 배우는데도, 600 시간 넘게 영화를 봐도 영어가 들리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옳게 발음한다고 믿는 단어들이 실제로는 대부분 다르게 발음되기 때문입니다. (8쪽)



  인터넷이 발돋움한 요즈음에는 유투브에 들어가서 지구별 여러 나라 동영상을 무척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온갖 동영상을 찾아보면, ‘표준 영어’로 이야기하는 동영상도 많으나 ‘고장에 따라 달리 쓰는 영어’라든지 ‘사람마다 달리 쓰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동영상도 많습니다.


  표준 영어만 생각한다면 이럭저럭 말을 익힐 테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 사는 사람은 표준 영어만 쓰지 않습니다. 중국말도 이와 같아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표준 중국말’을 들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너른 땅덩이만큼 ‘온갖 중국말’이 있어요. 쓰는 글은 같다고 하더라도, 나누는 말은 저마다 달라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이 외국말을 배울 적에는 언제나 ‘표준 외국말’만 배웁니다. 그래서 이 표준 외국말로는 좀처럼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표준말’만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한국말도 외국말도 모두 표준말입니다. 전라말이나 경상말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습니다. 제주에 있는 학교에서도 제주말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충청도에 있는 학교에서도 충청말이 아닌 서울 표준말을 가르칩니다. 학생도 교사도 학교에서는 오직 서울 표준말만 써야 해요.


  그러면, 교과서로 배우는 글은 어떠할까요? 글은 ‘표준글’일까요, 아니면 고장과 사람에 따라서 저마다 다르게 쓰는 말을 담는 글일까요?



이 책의 영작 문제를 보면 모르는 단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틀리게 영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만들어 보지 않은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영작이 안 되는 문장은 잘 들리지 않고, 말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반면에 영작이 되는 문장은 머지않아 말할 수 있게 되며, 말할 수 있는 문장은 대부분 들립니다. (9쪽)



  《4시간에 끝내는 영화 영작》은 모든 길을 다 풀어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영어를 배울 적에 오랫동안 갇히고 마는 틀을 하나 즐겁게 깨 줍니다. 영어를 배우려 하면, 무엇보다도 ‘표준 영어’라는 틀을 깨야 합니다. 교과서에만 나오는 영어가 아니라, ‘영어권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쓰는 말’인 영어를 듣고 읽으며 말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떻게 네 시간 만에 ‘영화 영작’을 끝낼 수 있을까요? 이 같은 ‘표준 영어’ 틀을 신나게 깨서 즐겁게 배우려고 한다면, 네 시간이면 넉넉합니다. 또는 한두 시간에도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표준말이라는 틀에 갇힌 채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면, 네 시간은커녕 네 해에 걸쳐서 이 책을 아무리 되풀이해서 읽거나 다른 교재를 살피더라도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가만히 보면, 한국에서도 똑같은 한국말을 쓰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서울과 부산 사이에 고장말이 거의 사라졌고,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고장말이 있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말투나 높낮이 같은 대목에서는 고장말 자국이 있으나, 낱말이나 말마디를 놓고 다 달리 쓰던 고장말은 거의 자취를 감추어요.


  한국사람이 배우는 한국말은 어떤 말일까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은 어떤 말인가요? 겉모습은 한국사람이지만, 정작 ‘내 마음을 나타내는 내 말’이라고 할 한국말하고는 사뭇 동떨어지지는 않나요?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만 잘 할 수 없습니다. 영어만 잘 하고 싶다면 한국을 떠나서 영어권 나라에서 살면 돼요. 한국에서 살며 영어를 즐겁게 쓰고 싶다면, 영어와 함께 한국말도 즐겁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말이 어떤 말인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영어는 이 말을 쓰는 나라에서 그곳 사람들이 어떤 삶을 누리는가 하는 대목을 알뜰살뜰 들여다볼 수 있어야지요.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되면, 한국말도 영어도 아름답고 알차게 잘 익힐 수 있습니다. 4348.8.7.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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