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0원 곱하기 둘



  통장을 하나 만들어야 해서 읍내로 마실을 간다. 이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에 두 아이를 이끌고 읍내 은행에 간다. 시골 읍내 ㄱ은행에는 손님이 뜸하다. 그리 넓지 않은 맞이방에서 두 아이가 지치지 않고 뛰거나 달리면서 논다. 말리고 말려도 듣지 않는다. 놀고 싶은 아이들을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은행에서 ‘고깃집처럼 아이들 놀이방을 마련할 일’은 없는 노릇. 문득 생각하니, 은행에서 ‘VIP룸’은 마련해도 ‘아이들 놀이방’은 마련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돈이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아무튼, 통장을 만들고 인터넷은행 계좌하고 체크카드까지 만드는데, 체크카드를 안 챙기고 온 듯하다. 나는 은행 일꾼이 주는 대로 받아서 가져왔는데, 집에 닿아서 전화가 왔다. “카드 안 가져가신 것 같은데요?” 하고 묻는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안 가져왔을까, 창구 일꾼이 안 챙겨 줬을까? 이 대목을 따지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나는 나중에 읍내마실을 할 적에 챙기면 되지만, 손님이 거의 없는 은행에서 지점장이 뒤에서 쳐다보는데 ‘창구 일꾼이 잘못했다’는 말을 한다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리라. 그러나, 지점장은 왜 손님이 카드를 못 챙겼는지 뻔히 알리라.


  시골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시골에서 안 사는 사람이 많다. 고흥읍이 아닌 순천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다. 고흥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통장을 만들려고 아이들을 이끌고 네 시간 남짓 품을 들이고 버스삯으로 ‘2550원 곱하기 둘’만큼 썼다. 카드를 가져오려면 또 이만 한 품에다가 돈을 들여야 한다. 읍내에 굳이 가야 할 일이 없지만, 뭐 일거리를 억지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4348.8.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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