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높이



  사람들 많이 오가는 도시에서는, 버스나 전철을 기다리며 우산을 아주 생각 없이 흔들다가 ‘아이 눈’을 찌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라면 ‘옆구리에 우산 끼기’를 하지 않으리라. 아이를 키우는 어버이라면 ‘우산을 손으로 움켜쥘’ 테지. ‘옆구리에 우산을 끼’는 높이는 바로 아이들 눈을 찌르기에 딱 좋다.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던 길에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우리 앞에 있던 젊은이가 우산을 불쑥 옆구리에 끼더니 흔든다. 나는 아이들을 쳐다보느라 이 젊은이가 이러는 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젊은이가 옆구리에 우산을 끼고 흔들며 내 사진기 렌즈를 툭 쳤다. 하마터면 사진기 렌즈가 깨질 뻔했다. 그리고, 사진기 렌즈가 아닌 아이 쪽으로 우산 꼭지가 날아들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


  사진기 렌즈가 우산에 맞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으나 젊은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철에 오른다. 아마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하철에 오른 뒤 젊은이를 불렀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함부로 우산을 옆구리에 끼면서 흔들면 안 된다고, 내 사진기가 우산에 맞아서 깨질 뻔했다고, 사진기는 다치지 않았는데, 자칫 아이들이 맞았으면 눈이 다친다고, 우산 간수 곱게 하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하고 놀 줄 아는 어른은 바닷가에서 옷을 적시는 일쯤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아이들하고 다닐 줄 아는 어른은 길가에서 아이를 안쪽으로 걷게 한다. 아이들을 바라볼 줄 아는 어른은 자동차를 몰 적에 함부로 빵빵거리지 않고 멀리 에돌며 천천히 달린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은 이녁 스스로 언제나 아이다운 넋으로 즐겁게 웃는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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