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100] 언제든지 샘물을 마시지
― 맑고 시원한 물
오늘 낮에 마을 어귀 샘터랑 빨래터를 치우려고 했는데, 우리가 치우려 하기 앞서 마을 할머니들이 먼저 치우셨습니다. 빨래터에 고인 물이 아주 얕기에, 아마 10분쯤 앞서 다녀가신 듯합니다. 어제(금요일)는 우체국에 다녀와야 하느라 못 치우고 오늘(토요일) 낮에 치우려 했는데, 한발 늦었습니다.
마을 할머니들이 빨래터를 치우실 적에는 바닥을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지는 않습니다. 힘드실 테니까요. 그러나 빨래터에 돋은 풀을 남김없이 뽑습니다. 우리가 빨래터를 치울 적에는 바닥을 수세미로 박박 문지릅니다. 그리고 빨래터에 돋은 풀을 하나도 안 뽑습니다. 마을 할머니는 ‘남들이 보기에 말끔한 모습’을 바라고, 우리는 ‘빨래터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깁’니다. 그래서 서로 빨래터를 치우는 몸짓이 다릅니다.
어찌 되든, 마을 빨래터에 흐르는 물은 여름에 몹시 시원합니다. 언제나 맑고 싱그럽습니다. 맑은 물을 바라는 도시사람이나 읍내사람이 물을 길으려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집에서도 이 물을 마시고,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도 손발하고 낯을 씻습니다. 언제든지 마시고, 아무 때나 물을 찰방거립니다. 여름에는 물이끼가 잘 끼니, 며칠 뒤에 밀수세미를 들고 신나게 물청소랑 물놀이를 즐겨야겠습니다. 4348.8.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