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예쁜가
큰아이는 이제 고무신을 못 신는다. 아이들 발에 맞는 고무신이 없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고무신을 다시 신으려면 발이 220이 넘어야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어린이가 신는 ‘플라스틱 압착 고무신’이 있기는 하되, 180이나 190이나 200이나 210 크기로는 없다. 220 크기는 ‘여자 어른’ 발에 맞춘 가장 작은 고무신이다.
큰아이는 ‘노란 고무신’을 참 신나게 신으며 놀았다. 이러다가 한 짝을 잃었고, 다시 장만하지 못했다. 작은아이가 물려받지 못한 노란 고무신인데, 조그마한 고무신은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도 얼마나 예쁜가? 조그마한 아이들 조그마한 손과 발과 몸은 참말 얼마나 예쁜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참말 괜한 말이 아니다. 작은 것, 작은 사람, 그러니까 어린이가 아름답다. 어른으로서도 제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을 내세우지 않고 수수하게 삶을 가꾸는 사람이 아름답다. 다만,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다고 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다.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이 있더라도 이를 내세우지 않고 이웃하고 즐겁게 나누면서 살림을 수수하게 가꿀 줄 안다면 누구나 아름답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