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6] 길삯
아이들을 이끌고 닷새에 걸쳐서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전남 고흥에서는 어디로 가든 길이 먼데, 닷새 동안 시외버스에서 열여덟 시간 즈음 보냈더군요. 고흥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영월로, 영월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진주와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동안 시외버스는 온갖 고속도로와 국도를 가로지릅니다. ‘인터체인지’라든지 ‘요금소’를 수없이 지납니다. 이제 ‘인터체인지’는 ‘나들목’이라는 낱말로도 고쳐서 쓰는 사람이 많고, 교통방송에서는 으레 나들목을 말합니다. ‘톨게이트(tollgate)’는 ‘요금소(料金所)’로 고쳐서 쓰기도 한다지만 이 낱말은 어쩐지 어설프구나 싶어요. 그냥 영어로 쓰든지 새로우면서 알맞춤한 한국말을 지을 노릇이리라 생각합니다. 차가 길을 달리면서 ‘돈’을 내야 한다면, “길에서 삯을 치르는” 셈입니다. 그래서,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는 ‘길삯’을 내는 셈이에요. 자동차는 길에서 길삯을 치르고, 마실꾼은 마실을 다니려고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면서 길삯을 치릅니다. 자동차가 길삯을 치르는 곳을 가리키는 요금소이니, 나들목이나 길목이나 건널목을 헤아린다면 ‘길삯목’ 같은 낱말을 떠올릴 만합니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