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15.

 : 골짜기 놀러갔다가 달걀버섯



바야흐로 폭폭 찌는 한여름이다. 온 집안 문을 다 열어 놓아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덥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은 풀과 나무한테 싱그러운 기운이 된다. 더 뜨겁게, 더 기운차게 내리쬐렴 하고 해를 바라보면서 노래하지만, 더운 날씨는 어찌할 수 없다. 여름은 폭폭 찌듯이 더워야 곡식이랑 열매가 잘 익는다.


해가 가장 높이 솟을 무렵 자전거를 몰고 나들이를 가기로 한다. “이 더운데 어디 가?” 하고 묻는 아이한테 빙그레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을 안 한다. 올들어 첫 골짜기 마실인 만큼 일부러 숨긴다.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이 갈아입을 옷을 챙긴다. 천가방에 옷가지와 수건을 넣고, 책도 두 권 챙긴다. 자, 그러면 신나게 가자.


여러 해째 골짝마실을 다니니, 아이들은 자전거가 달리는 길을 곧 알아차린다. “아, 골짜기에 가는구나. 이 길 알아. 골짜기 가는 길이잖아. 아버지, 골짜기 가요? 아하하하!”


“자, 이제 곧 오르막이니, 너희가 뒤에서 도와줘야 해.” 큰아이는 야무지게 발판을 구른다. 큰아이가 밟아 주는 힘을 얻어서 길고 긴 자전거는 끙끙거리며 가파른 오르막을 타넘는다. 가파른 오르막을 타면서 숨이 가쁜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어, 저기 상수리나무네. 나, 상수리나무 알아. 아버지, 저기 왜 이렇게 상수리나무가 많아?” 하면서 이것도 묻고 저것도 묻는다. 숨을 몰아쉬기도 가쁘니 아무 대꾸를 못 한다.


숲길로 깊이 들어선다. 자전거로 오르기 벅찬 곳에서 내린다. 자전거를 끌고 조금 더 올라간다. 우리가 으레 찾아가는 숨겨진 곳으로 들어선다. 풀밭 한쪽에 자전거를 놓고 골짜기 쪽으로 내려간다.


골짝물 소리가 아주 우렁차다. 숲길에서도 물소리는 쩌렁쩌렁 퍼진다. 골짝물 흐르는 옆에 서면 말소리도 잘 안 들려서 크게 외쳐야 한다.


골짜기로 들어선 우리는 숲에 대고 인사를 한다. “숲아, 잘 있었니? 올해에도 자주 놀러올게. 반가워.”


낯을 씻고 손발을 씻는다. 고무신을 벗어서 잘 빨아서 말린다. 이제부터 세 사람은 저마다 물놀이를 즐긴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 시원한 골짜기에서는 물이 몹시 차갑다. 처음부터 몸을 담그지 못한다. 한참 골짝물을 헤치며 걷고 몸에 물을 조금씩 끼얹은 다음, 천천히 몸을 담근다. 목만 빼꼼 밖으로 나오게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한동안 몸을 물속에 잠그면 얼얼하다. 웃몸을 일으켜 바위를 밟고 선다. 물을 말리면서 두 팔을 곧게 뻗고 춤을 춘다. 이러고 노는데 잠자리가 팔뚝에 내려앉는다. 어라, 잠자리는 내 팔을 나뭇가지로 알았나? 잠자리가 앉으니 가만히 선다. 잠자리는 날개를 쉴 생각인지 날아가려 하지 않는다. 팔이 힘들어 살살 내리니 비로소 잠자리가 날아간다.


멧새가 노래하는 소리하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몸을 물속에 담근다. 아이들 입에서 “이제 추워요!” 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논다.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젖은 옷은 물기를 짠다. 다시 숲길을 걸어서 자전거 있는 데로 간다. 문득 큰아이가 외친다. “아버지, 저기 버섯 있어!” “응? 버섯 보이니?” 어디쯤 있나 하고 두리번거린다. 아하, 달걀버섯이 있네.


지난해에는 달걀버섯을 구경만 하고 못 땄다. 먹어도 되는 버섯인지 몰라서 사진만 찍었는데, 이튿날 다시 찾아오니 다른 사람이 따 가고 없었다. 올해에는 달걀버섯을 우리가 먹을 수 있네. 아이 얼굴만큼 갓을 넓게 벌린 달걀버섯을 살짝 딴다. 골짝마실을 와서 달걀버섯을 만나는구나.


낑낑대며 올라온 길을 수월하게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서는 두 아이가 자전거에 타지 않고 달리겠다고 한다. 두 아이는 내리막을 신나게 내닫는다. 용케 넘어지지도 않으면서 저 멀리 달렸다가 다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면서 논다. 내리막이 끝나는 데까지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 논 다음 자전거에 올라탄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어느새 잠이 든다. 실컷 놀았구나. 집에 가서 고이 누우렴. 이제 여름 내내 골짜기에 자주 놀러오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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