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8) 낮밥
“으째 말을 안 했것서! 그란디 낮밥 묵고 쓸씨거니 나가드니 오도가도 안 한당께!”
《류상진-밥은 묵고 가야제!》(봄날의책,2015) 233쪽
한국말사전을 보면 ‘아침밥·저녁밥’ 두 가지 낱말이 실립니다. ‘아침’하고 ‘저녁’은 때를 가리키는 낱말이면서, 밥을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하루 흐름은 ‘아침 낮 저녁’입니다. 이 흐름 가운데 ‘낮’은 때만 가리킬 뿐, 밥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밤’하고 ‘새벽’도 때만 가리키고, 밥은 나타내지 않아요.
점심(點心)밥 . 오반(午飯) . 주식(晝食) . 중반(中飯)
한국말사전에는 네 가지 한자말로 ‘낮에 먹는 밥’을 나타낸다고 나옵니다. 네 가지 한자말 가운데 ‘점심·점심밥’을 가장 자주 씁니다. 다른 세 한자말인 ‘오반·주식·중반’은 거의 안 쓰거나 아예 안 씁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오반·주식·중반’ 같은 한자말을 굳이 쓸 일은 없습니다. 이런 한자말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낮밥 . 샛밥 . 사잇밥 . 참 . 새참
한겨레는 예부터 ‘아침저녁’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아침낮저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은 때이면서 끼니입니다. ‘끼니때’예요. 다시 말하자면, 아침하고 저녁에 제대로 밥상을 차려서 먹었다는 뜻이요, 사이인 낮에는 ‘샛밥’이나 ‘사잇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참’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참’은 “살짝 쉬는 동안”을 가리키고, “살짝 쉬는 동안 먹는 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샛밥’하고 ‘새참’이라는 말을 나란히 써요.
낮에는 일을 살짝 쉬면서 배를 가볍게 채운다는 뜻으로 ‘샛밥·새참’ 같은 말마디를 썼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는 아침하고 낮하고 저녁을 뚜렷하게 가릅니다. 하루 세 끼니 문화와 사회로 달라집니다. 그러면, 이제는 ‘낮밥’이라는 낱말을 쓸 만해요. 지난날에는 ‘아침밥·저녁밥’이라고만 했으면, 오늘날에는 ‘아침밥·낮밥·저녁밥’이라고 하면 잘 어울립니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