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감자 풀빛 그림 아이 6
파멜라 엘렌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풀빛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6



할머니와 아이는 함께 놀면서 사랑하지

― 할머니의 감자

 파멜라 엘렌 글·그림

 엄혜숙 옮김

 풀빛 펴냄, 2004.6.25.



  아기로 태어난 사람은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가 됩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베푸는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씩씩하게 큽니다. 이동안 어버이 말고도 할머니랑 할아버지 손길을 함께 받습니다. 아이는 어버이만 돌보거나 아끼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시나브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면서 ‘새로운 아이’를 돌보거나 아끼는 ‘새로운 삶’을 누립니다.


  아이였을 적에 어버이가 물려준 사랑을 헤아리면서 ‘어른으로 자랍’니다. 어른으로 자란 아이는 제 아이를 낳으면서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는데, 이때에 ‘그동안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제 아이한테 물려주면서, ‘사랑을 받고 주고 잇는 삶’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러한 삶을 하루하루 이으면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면, ‘어른이 되어 새 아이를 낳은 제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나 ‘어른이 된 제 아이가 낳은 새 아이’를 마주하는 손길도 새롭게 거듭납니다.



잭은 할머니랑 술래잡기를 했어요. 하하 호호 바닥을 뒹굴며 놀기도 했어요. 이야기책도 읽었어요. 케이크도 먹었어요. (4∼5쪽)



  파멜라 엘렌 님이 빚은 그림책 《할머니의 감자》(풀빛,200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금요일에만 손자를 만납니다. 금요일에 아이 어머니가 바깥일을 해야 해서 아이를 할머니 댁에 맡긴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한 주에 한 차례 만나는 손자가 더없이 반갑습니다. 함께 씨름도 하고 술래잡기도 한다고 해요. 할머니는 시골에 살기에 감자 두 알을 꺼내어 칼로 예쁘게 깎아서 인형으로 삼기도 한답니다.




할머니는 감자로 만든 남자 인형과 여자 인형을 창틀에 살며시 올려놓았어요. “저것 봐라.” 할머니가 말했어요. “저것 봐요.” 잭이 말했어요. “둘이 만나서 좋은가 보다.” 할머니가 말했어요. “우리도 둘이 만나서 좋잖아요.” 잭이 말했어요. (9쪽)



  손자와 즐겁게 놀던 할머니인데, 어느 날부터 손자가 찾아오지 못합니다. 손자뿐 아니라 이녁 아이(아이 어머니)도 찾아오지 못했겠지요. 어른이 된 아이는 할머니하고 함께 놀지 않는데, ‘어른이 된 아이가 낳은’ 아이도 찾아오지 않고 함께 놀지도 않으니, 할머니는 몹시 서운할 뿐 아니라 쓸쓸합니다. 손자하고 함께 깎아서 갖고 놀던 ‘감자 인형’에는 이제 싹이 돋습니다. 감자 인형은 더는 감자 인형이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싹이 돋은 ‘씨감자’가 됩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할까요? 할머니는 씩씩합니다. 찾아오지 못하는 손자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싹이 난 씨감자를 거름더미에 묻습니다. ‘묵은 생각’을 흙에 묻으면서 땀을 흘립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려는 몸짓이 됩니다.


  이윽고 손자가 다시 찾아옵니다. 묵은 생각을 털고 홀가분하던 할머니는 예전하고 다르게 기쁜 마음이 됩니다.



“할머니, 우리 감자 인형들은 어디 있어요?” 잭이 물었어요. “내가 퇴비 더미에 묻었단다. 그랬더니 엄청 자랐지 뭐냐.” “참말요?” 잭이 말했어요. (20쪽)



  손자는 ‘싹이 튼 감자’에 꽃이 피고 지고 알이 굵게 맺을 때까지 할머니한테 못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오늘 이곳에 손자가 있습니다. 여러 달 동안 못 본 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반가우면서 기쁩니다.


  할머니와 손자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쇠스랑을 챙깁니다. 비를 맞으면서 감자를 캡니다. 한 알 두 알 석 알 넉 알 …… 감자를 다 캘 때까지 두 사람은 비를 쫄딱 맞는데, 하하하 웃고 노래하면서 밭일을 합니다. 할머니도 손자도 온통 젖고 흙투성이가 되면서 기쁘게 일손을 놀립니다.




할머니는 큰 쇠스랑으로, 잭은 작은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또 팠어요. 자꾸자꾸 팠어요. 할머니가 먼저 감자 한 알을 캤어요. 그 다음에 잭이 감자 두 알을 캤어요. (24쪽)



  할머니 사랑을 받고 기쁘게 뛰놀던 아이는 할머니를 곱게 아끼는 마음을 키웁니다. ‘우리 할머니’뿐 아니라 이웃 할머니를 곱게 아끼지요. 할아버지 사랑을 받고 신나게 뛰놀던 아이는 할아버지를 맑게 아끼는 마음을 키우겠지요.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뿐 아니라 이웃 할아버지도 맑게 아낄 테고요.


  사랑은 사랑을 낳고, 꿈은 꿈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거듭나고, 꿈은 꿈으로 다시 자랍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사랑으로 깨어납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사랑을 가슴에 품은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되고, 바야흐로 넓고 깊은 꿈을 펼치면서 사랑을 새롭게 이 땅에 펼칩니다.


  아이가 노래하고 할머니가 노래합니다. 할머니가 웃고 아이가 웃습니다. 아이가 춤추고 할머니가 춤춥니다. 할머니가 밥을 짓고 아이가 밥을 먹습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은 언제나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삶을 짓는 밑거름은 한결같이 사랑이라고 느껴요. 그림책 《할머니의 감자》에 나오는 할머니와 손자는 둘이 함께 캔 감자알로 ‘새 감자 인형’을 깎습니다. 앞으로 이 감자 인형에 또 싹이 트면, 그때에는 둘이 함께 ‘싹이 튼 씨감자’를 거름더미에 묻겠지요. 함께 일하고 함께 놀며,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는 삶으로 나아가겠지요. 4348.7.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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