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내음
아침을 다 끓인다. 오늘은 카레를 끓이면서 멸치볶음을 마련한다. 그리 손이 많이 가는 아침은 아니지만, 푸성귀를 헹구고 마당에서 풀을 뜯어서 다듬느라 내내 물을 만진다. 마지막으로 동글배추를 썰려고 한 장씩 떼어내서 헹군 뒤 잘게 썰고 나서, 밥상을 행주로 훔친다. 가늘게 한숨을 쉴 무렵 작은아이가 부엌으로 오기에, 작은 접시에 멸치볶음을 옮긴 뒤 밥상에 올려 달라고 말한다. 열 손가락이랑 손바닥은 살짝 부풀었다. 밥을 짓느라 쉬잖고 물을 만졌으니 물내음이 난다. 내가 만지는 물은 우리 마을에서 흐르는 물이고, 멧골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어떤 물을 만지느냐에 따라 손에 깃드는 물내음이 달라지고, 이 물을 만지는 손길을 타고 밥맛이 새롭게 피어난다. 4348.7.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