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98] 우리가 오늘 아는 길

― 자전거로 고갯길을 넘다가



  아이들하고 함께 자전거로 고갯길을 넘다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우리가 오늘 누리는 길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넘는 이 고갯길은 오늘 우리가 지나가는 길입니다. 뙤약볕을 듬뿍 받으면서 타려는 이 고갯마루는 오늘 우리가 넘어서면서 새롭게 나아가려는 길입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를 수 있을 때까지 굴립니다. 더는 발판을 밟기 어렵도록 가파른 곳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두 아이는 모두 자전거에 앉힌 채 혼자서 자전거를 끕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두 아이 모두 자전거에서 내려 함께 오르막을 걸어서 오르자고 합니다.


  내리막에서는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신나게 달릴 수 있으나, 내리막이 너무 가파르면 이때에도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아이들더러 이 내리막을 걸어서 가자고 얘기하는데, 작은아이는 으레 내리막에서 마구 달립니다. “다리가 안 멈춰!” 하고 웃으면서 깔깔깔 노래하며 달립니다. 다섯 살 작은아이가 내리막을 달리다가 넘어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아는 길을 자전거로 달리다가, 두 다리로 걷습니다. 숲이 우거진 곳에 길이 하나 납니다. 이 길은 언제부터 이런 길이었을까요? 이 길은 고작 쉰 해 앞서만 하더라도 이만 한 넓이가 아니었을 테고, 백 해 앞서라면 그저 사람만 걸어서 다니는 길이었을 테지요. 아마 이리나 승냥이나 여우나 늑대도 나올 만한 길일 테고, 온갖 숲짐승이 함께 어우러지던 길이었겠지요.


  오늘 이곳에는 전봇대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전봇대조차 없이 고즈넉한 숲길이기도 합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숲바람을 마시고 싶어서 숲길로 자전거를 이끌고 찾아갑니다. 4348.7.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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