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2. 살짝 바지런하면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설 적에는 갓풀이랑 유채풀을 썰어서 씁니다. 봄에는 쑥을 썰어서 쓰고,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고들빼기풀하고 모시풀을 썰어서 씁니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부터 까마중풀을 썰어서 쓸 만한데, 이런 들풀은 풀벌레가 몹시 좋아하는 풀이기도 합니다. 보드라우면서 맛날 때에 뜯지 않으면 어느새 벌레밥으로 모조리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풀벌레도 사람도 저마다 바지런히 살펴야 풀밥을 먹습니다. 갓 돋아 아직 풀벌레가 건드리지 못한 잎사귀를 한 줌 뜯어서 멸치볶음에 섞습니다. 살짝 바지런하면 밥맛도 삶맛도 새롭습니다.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