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3) 주다 (전화 주다)
이따가 전화를 줘
→ 이따가 전화를 해
→ 이따가 전화해 줘
→ 이따가 전화 걸어 줘
어느 날부터인가 “전화 주세요” 같은 말이 퍼졌고, ‘삐삐’라는 것이 나온 뒤에는 “삐삐 주세요” 같은 말이 퍼졌으며, 이윽고 손전화가 나와서 ‘손전화 쪽글(문자)’을 보낼 수 있을 무렵부터 “문자 주세요” 같은 말이 퍼집니다.
전화나 삐삐나 문자는 ‘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전화나 삐삐나 문자를 ‘준다’고 할 적에는, ‘전화 기계’를 주거나 ‘삐삐 기계’를 ‘준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전화해 주세요”나 “삐삐해 주세요”처럼 말해야 합니다. “전화 걸어 주세요”나 “삐삐 남겨 주세요”처럼 말해야 하고, “문자 보내 주세요”처럼 말해야 합니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메일 주세요”처럼 말하는 사람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이때에도 “누리편지 보내 주세요”나 “이메일 보내 주세요”로 고쳐써야 올발라요.
집전화나 손전화는 ‘걸다’나 ‘하다’라는 말마디로 나타냅니다. 쪽글이나 문자나 누리편지나 이메일은 ‘보내다’라는 말마디로 나타내요. “나중에 전화 줘”처럼 말하면 틀려요. “나중에 전화해”처럼 말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문자 줘”는 “다음에 문자 보내”나 “다음에 문자 해”로 고쳐쓰면 됩니다. ‘하다’는 ‘편지하다’ 같은 낱말에서 ‘보내다’를 가리킵니다. 4348.7.1.물.ㅅㄴㄹ
더 살펴보기 : 주다 (전화 주다)
네가 먼저 편지를 쓰면 되지. ‘편지를 주세요’ 하고 말이야 … 누군가 그 개구리의 주소를 안다면 저에게 편지를 주세요
→ 네가 먼저 편지를 쓰면 되지. ‘편지를 보내 주세요’ 하고 말이야 … 누군가 그 개구리가 사는 곳을 안다면 저한테 편지를 보내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해뜨네 옮김-편지를 주세요》(푸른길,2009) 11쪽
※ “연락 주세요” 같은 말투도 꾸준히 퍼집니다. ‘연락(連絡)’은 “내 이야기를 알리는 일”을 뜻합니다. “알리는 일”은 ‘줄’ 수 없습니다. “연락하세요”나 “연락해 주세요”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주다’라는 낱말을 외따로 쓸 적에는 나한테 있는 것을 너한테 건넨다는 뜻입니다. 도움움직씨(보조동사)로 쓸 적에는 “보내 주다”처럼 적어야 하는데, 이 대목에서 헷갈리는 바람에 잘못 쓰는 사람이 많구나 싶습니다.
편지는 ‘보냅’니다. 그리고, 편지는 ‘한다’고도 하고 ‘띄운다’고도 합니다. “편지 주세요”는 “편지를 보내 주세요”나 “편지를 해 주세요”나 “편지해 주세요”나 “편지를 띄워 주세요”나 “편지를 써 주세요”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