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
우리 집 초피나무 밑에서 자라는 고들빼기에 애벌레 네 마리가 붙는다. 이 애벌레는 언제 이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이만 한 크기로 자라기까지 우리 눈에 안 뜨이고 고들빼기잎을 얼마나 신나게 맛나게 즐겁게 먹었을까?
고들빼기잎은 우리 식구도 맛나게 먹지. 그러니, 너희랑 우리랑 고들빼기잎을 나누어 먹는구나. 책순이가 너희 이름을 알아내려고 ‘나비 그림책’을 한참 들여다보지만 너희 이름을 찾을 수 없구나. 너희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요모조모 찾아보니 ‘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라고 하네. 누가 이런 멋진 이름을 붙였으려나. 아무튼, 너희는 나비 애벌레 아닌 나방 애벌레인 만큼 ‘나비 그림책’에 너희 이름이 나올 수 없었을 테지.
누가 너희한테 이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나, 너희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맵시가 난다. ‘맵시’라는 첫 말이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리 집에는 제비랑 참새도 살고, 아침저녁으로 수많은 멧새가 드나드는데 너희는 용케 잘 살아남았구나. 어쩌면 새들이 너희를 보고도 일부러 살려 두었는지 몰라. 아무쪼록 날마다 맛나게 풀잎을 먹으면서 고치도 멋들어지게 지어 보렴.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