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지음, 해뜨네 옮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 푸른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3



마음으로 사귀고 싶어서 쓰는 편지

― 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글

 무라카미 츠토무 그림

 해뜨네 옮김

 푸른길 펴냄, 2009.4.13.



  아이들하고 편지를 씁니다. 나는 나대로 편지를 쓰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편지를 씁니다. 우리가 편지를 쓰는 까닭은 우리 마음을 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썼으니 꼭 답장이 오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답장이 오면 기쁘지요. 그러나, 답장이 아니어도 우리 편지가 훨훨 날아서 이웃님이나 동무님한테 닿으면, 서로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답장은 ‘종이로 적은 글월’만이 아니라 ‘우리가 띄운 글월에 깃든 마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우리 집 큰아이는 지난해부터 이곳저곳에 편지를 부치는데 아직 답장을 못 받습니다. ‘마음 답장’은 수없이 받지만 ‘종이에 적힌 답장’을 못 받습니다. 두 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큰아버지도, 이모도 이모부도, 외삼촌도, 여러 이웃님도 좀처럼 우리 집 ‘편지순이’가 띄운 편지에 ‘종이에 적힌 답장’을 보내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지순이는 틈틈이 씩씩하게 새로운 편지를 종이에 그려서 우체국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는 빨간 우편함이 걸려 있습니다. 아빠와 내가 만든, 멋진 우편함입니다. (3쪽)




  그림책 《편지를 주세요》(푸른길,2009)를 읽습니다. 어느 무화과나무집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무화과나무가 크게 우거진 집에서 사는 아이는 아버지랑 함께 뚝딱뚝딱 만든 빨간 우편함을 날마다 들여다본다고 해요. 편지가 오든 안 오든 설레는 가슴으로 열어 볼 테지요.


  편지가 온 날은 얼마나 기쁠까요? 편지가 안 온 날은 몹시 서운할 테지요. 그래도 아이는 씩씩합니다. 언제나 새롭게 편지를 쓰니까요. 그런데 말이지요, 어느 날 우편함에서 낯선 동무를 만나요.



‘뭐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편함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초록 개구리 한 마리가 숨어들었지 뭐예요. (5쪽)




  그림책에 나오는 ‘무화과나무집 아이’가 만난 낯선 동무는 개구리입니다. 무화과잎처럼 맑게 푸른 몸빛인 개구리입니다.


  개구리는 ‘우편함’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 만든 우편함에 개구리가 깃들었으나 성을 내거나 골을 내지 않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곳은 우편함’이라는 곳이라고 알려줍니다. 우편함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듣고 배운 개구리는 그러려니 하다가 아이한테 문득 묻습니다. 개구리도 편지라고 하는 것을 받고 싶답니다.


  그림책 이야기입니다만, 아이는 개구리하고 말을 섞습니다. 개구리도 아이하고 말을 나누어요. 둘은 서로 마음으로 사귀는 동무가 되었으니까요. 아이는 개구리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차리고, 개구리도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나도 편지를 받을 수 있지?” 개구리는 팔짱을 끼고 물었습니다. “네가 먼저 편지를 쓰면 되지. ‘편지를 보내 주세요’ 하고 말이야.” (11쪽)



  어느 날 아이는 개구리가 우편함에서 사라진 모습을 봅니다. 더는 개구리를 못 만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편함에서 사라진 개구리는 무화과잎을 수북하게 남겼다고 해요. 개구리가 남긴 무화과잎은 무엇일까요? 편지를 받고 싶어서 우편함에 남긴 ‘개구리 편지’입니다.



그 다음 날, 우편함은 텅 비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으로 우편함을 청소하던 나는 그 안에 잔뜩 쌓인 무화과 잎사귀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잎사귀 한 잎 한 잎마다 ‘편지를 보내 주세요’라고 정중하게 쓰였지 뭐예요! (20∼21쪽)





  가만히 돌아보니, 나도 ‘나뭇잎 편지’를 곧잘 썼습니다. 가을날 노란 은행잎을 주워서 펜이나 붓으로 살살 글씨를 그려서 편지를 썼어요. 전남 고흥 시골에서는 봄에 후박나무가 노랗게 물들면서 떨어집니다. 네 철 푸른 나무는 으레 봄에 가랑잎을 떨구어요. 한껏 무르익은 봄날에 노랗게 물든 잎사귀를 주워서 편지로 삼아서 이웃님한테 띄웁니다. 가을도 아닌 봄에 ‘노란 잎사귀’를 받는 이웃님은 깜짝 놀랍니다. 시골에서 띄울 수 있는 조그마한 선물인 ‘후박잎 편지’라고 할까요.


  편지를 쓰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아무래도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사이’로 지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바람결을 따라서 훨훨 날아가는 마음에 고운 이야기를 싣고 싶은 뜻이리라 느껴요.


  즐거운 노래를 편지에 씁니다. 기쁜 웃음을 편지에 담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편지에 적습니다. 사랑스러운 하루를 편지에 차곡차곡 눌러담습니다. 4348.6.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