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부드럽게 밥짓기



  아침에 ‘버섯가지고구마볶음’을 하면서 ‘무배추달걀국’을 끓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부엌에서 놀던 두 아이가 손전화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아버지한테 전화 왔어! 얼른 아버지한테 전화기 갖다 드려야 해!”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느긋하게, 이러면서도 아이들로서는 서둘러서 손전화 기계를 갖다 준다. 나는 손전화 기계를 왼어깨와 왼귀 사이에 놓은 다음, 송송송 도마질을 한다. 고구마를 마저 썰고 가지를 썬다. 마늘이랑 당근이 알맞게 익을 무렵 도마를 들어서 고구마를 부어서 함께 볶고, 이어 가지고 부어서 함께 볶는다. 전화 한 통을 끊은 뒤 새로운 전화가 온다. 이제 볶음은 간을 맞추고, 국도 간을 맞춘다. 한손으로 전화를 받고, 다른 한손으로 휘젓고 간을 보면서 척척 솜씨 좋게 일을 마무리짓는다. 전화도 부엌일도 모두 잘 할 수 있지.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살아온 나날이 나를 새롭고 재미난 몸짓과 손놀림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었고 키워 주었다. 4348.6.2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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