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과 거짓말 (표절)
무엇이고 거짓말이고 무엇이 참말일까요. 누가 속이고, 누가 속았을까요. 문학이란, 삶을 밝히는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서로 사랑하는 삶을 아름다운 말로 밝히는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문학을 누리거나 즐긴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이 아닌 옛날에도 ‘다른 사람이 빚은 멋진 글’을 빌어서 ‘내가 쓰려는 글’에 따서 드러내는 일을 으레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따와서 쓰기’를 할 적에는, 누가 어디에 언제 쓴 글인가를 찬찬히 밝혔습니다. ‘예의’라기보다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멋지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생각을 글로 밝힌 이웃님이 있구나 하고 느껴서, 그 글을 기쁘게 옮기고 고맙게 밝힙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삶이라고 느낍니다.
꼭 논문이 되어야만 ‘출처 밝히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시에서도 소설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내 이웃님이 빚은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밝힐 수 있고, 이렇게 밝힐 때에 참말 서로 아름다운 사이(동무, 동료)가 되어, 문학을 더욱 살찌울 수 있겠지요.
표절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대목을 어겨서, 서로 생채기를 받는 일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 말이나 글’을 으레 옮겨서 ‘내 생각을 밝히’곤 합니다. 내 이웃이 아름답게 쓴 글은 내 생각을 밝히는 자리를 더욱 빛내어 줍니다. 내 이웃이 사랑스레 쓴 글은 내 뜻을 드러내는 자리를 더욱 북돋아 줍니다.
‘출처를 안 밝히고 마음으로만 존중했다’고 말할 노릇이 아니라, 작품에 한 줄로라도 고마움을 밝힐 때에, 이웃 작가도 독자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함께 빚는 문학이 무엇인가를 돌아볼 만하겠지요.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