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맛 (김정선) 유유 펴냄, 2015.4.4.
《동사의 맛》이라는 책을 읽는다. 교정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책이름이 ‘무엇의 무엇’ 꼴이다. 이는 일본 말투이자 번역 말투이다. 일본에서는 “茶の味”처럼 흔히 ‘の’를 붙인다. 이런 말투가 바로 ‘일본말맛’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말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차맛’이나 ‘녹차맛’으로 써야 올바르다. 한국말은 ‘말맛’일 뿐, ‘말의 맛’이 아니다. ‘밥맛’이나 ‘술맛’으로 적어야 한국말일 뿐, ‘밥의 맛’이나 ‘술의 맛’이 아니다. 그러니까, “동사 맛”처럼 적어야 올바르다. 115쪽에 “‘매만지다’가 손질의 의미를 띤다면”처럼 나오고, 75쪽에 “‘성나다’의 뜻으로 쓸 때만”처럼 나오는데, “‘매만지다’가 손질을 뜻하면”하고 “‘성나다’를 뜻할 때만”처럼 고쳐써야지 싶다. ‘-의’는 참말 아무 자리에나 넣을 수 없고, 한국말맛을 살리자면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없다. 아무튼, “동사 맛”을 들려주는 이 책은 한국말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이야기꽃이라고 느낀다. 한국말 이야기를 다루는 수필문학이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부드러이 흘러서 마음으로 찬찬히 젖어들 만하다. 그윽하거나 고즈넉한 차맛처럼, 말맛을 다루는 이야기는 포근하다. 4348.6.2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