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라도 설거지를



  엊저녁에는 허리가 몹시 결려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눕는다. 아니, 아이들을 누이고 나도 따로 눕는다. 저녁 아홉 시에 불을 끄고 누웠으니 시골에서는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고 할 수 없다. 어제까지 끝내려던 일을 못 끝냈으니 일찍 잠들었다고 느낄 뿐이다.


  밤 두 시가 살짝 넘은 때에 잠에서 깬다. 허리는 아직 안 풀린다.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고 밥상을 마저 치운다. 엊저녁에 다 해 놓고 잠들까 하다가, 몸이 많이 힘들다고 노래할 적에는 굳이 몸을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깔끔하게 치우고 잠자리에 들 적에 한결 나을 수 있지만, 며칠 앞서 머그잔 하나 깨뜨린 일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새벽 세 시가 흐르니 바깥이 고요하다. 어느새 개구리 노랫소리가 모두 그쳤다. 시골에서는 빛과 볕과 살을 헤아리고 풀벌레나 숲동무 노랫소리를 살피면 ‘어느 때인지(시간)’ 또렷이 알 수 있다. 바람맛을 느끼면서 때를 알기도 한다. 저녁에 빨래를 언제 걷어야 하는가는 살갗과 코로 ‘바람에 깃든 물결’을 느끼면 제대로 안다. 틈틈이 아이들 이불깃을 여민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