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하고 이야기하듯이



  나무 곁에 서서 나무하고 이야기하는 아이처럼, 우리 어른도 나무하고 이야기하며 맑은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이렇게 나무노래를 부른다면, 우리 노래는 모두 동시가 되고 문학이 되며 삶노래가 될 테지요. 나무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 모른다면, 우리 어른이 쓰는 글은 동시도 문학도 삶노래도 되지 못합니다. 나무하고 이야기하지 못하면서 쓰는 글은 그저 혼잣말입니다.


  꽃 한 송이하고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풀 한 포기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바람 한 줄기하고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햇볕 한 줌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별빛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어요. 우리는 돌멩이나 모래하고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쌀알이나 종이 한 장하고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님’은 우리가 살가운 손길로 사랑스레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립니다.


  ‘의인법’ 같은 어려운 말은 안 써도 됩니다. 그저 나무하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저 벌레하고 이야기하고, 새와 잠자리와 나비하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헤아리고 살피고 가누고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엮으면, 동시가 되고 동화가 됩니다. 4348.6.1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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