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책읽기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지내면서 밥짓기를 으레 도맡는데, 내가 밥을 잘 하는지 잘못 하는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일쑤이다. 이래서야 우리 집 사람들이 밥맛을 제대로 알겠느냐고 날마다 뉘우친다. 밥짓기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본다. 밥을 먹는 까닭을 다시 생각하고, 밥을 짓는 마음을 새롭게 다스린다. 내가 차리든 남이 차리든, 더없이 맛있으면서 반갑다고 할 만한 밥이라면, 몇 가지를 꼽을 만하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고마운 맛’, ‘즐거운 맛’, ‘그리운 맛’, ‘사랑스러운 맛’, ‘노래가 흐르는 맛’, ‘춤을 추고 싶은 맛’, ‘아름다운 맛’, ‘웃음이 피어나는 맛’이 있다. 아무래도 내 지난 발자국은 이와 같은 맛을 스스로 깨닫고 바라보도록 돕는 길이지 싶다. 내가 느끼고 싶던 맛은 이러한 맛이요, 내가 오늘 이곳에서 손수 지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맛이란 언제나 이 맛이지 싶다. 4348.6.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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